기도
2019.05.21 22:15
기도
부유하는 미역줄기처럼
사방팔방으로 흔들리다 녹초된 저녁
돈벌이 끝내고
대저 목숨이 무엇이관데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한 끼 식사 앞에 정중히 앉는다
해바라진 대접 속
서리 맞은 무 우려낸 듯
희멀건 동치미 국물에
국숫발이 남실하게 담겨 있다
음식이 앞에 놓이면 착해진다 했던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
감고 있는 눈꺼풀 속으로
한소절 연한 마음이 파고들고
아직 용서 못할 일 무엇일까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옵시고
그토록이나 아득하고 깊은 동굴을 빠져나와
여간내기가 아니게 살고 있는 지금
온종일 작은 깃발로 쉴새없이 나부꼈어도
살아있어 감사합니다
아멘
아무리 거친 것도 물에 담기면 순해지 듯
기도 앞에서 면처럼 부드러워진 나
숙연진해 면을
물살 일지 않게 가만가만 젓는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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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2019.05.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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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희
2019.05.28 14:46
반가워요. 어떻게 여기까지 납셨네요.
국숫발이 잘못...ㅎㅎ
아주 오래전, 8년 전쯤 시집에 들어있던 것인데....
갑자기 생각나서.. 어디 어디 구석에서 찾아서 올린게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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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규
2019.08.04 07:27
정시인님,축하드려요. 밥벌이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 시집출간소식 듣고도 ,가고 싶었는데../ 언제 차 한 잔 마시며 시집 한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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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규
2019.08.04 07:25
신영철님도 잘 지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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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동해바다
2020.01.06 13:18
오늘 처음 가입하여 문인들의 서재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가슴 한 가득 사랑 넘치는 글알이
톡톡 망울을 터트리는것 같습니다.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푸른하늘 동해바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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