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바치는 노래

2021.01.18 10:54

정국희 조회 수:39

새해에 바치는 노래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의 <해>부분]

 

2021년 신축년 소의 해가 밝았다. 수상한 시절의 조난자였던 우리들에게 백신이 찾아오듯, 고통을 살라먹고 새해가 밝았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해, 세상에 단 하나뿐이며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존재의 해가 어둠으로 점철되었던 이 시대에 신성한 소의 눈빛과 함께 달려왔다. 이처럼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해가 소와 함께 손을 잡고 온 이 해는 실로 멋진 해가 아닐 수 없다.

 

1945년 일제말기에 쓴 이 시는 암담한 시대의 해방을 염원하여 쓴 시다. 당시의 어둠의 시대, 불안의 세계를 벗어나고픈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는 이 시를 오늘날에 적용한다면 코로나로 부터 해방을 담은 시로 해석할 수 있다. 문학에서의 해는 이처럼 항상 밝고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신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강력하고 절대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 예로 고대 이집트 신화의 ‘라‘가 있고 그리스 신화의 ’아폴론’, 그리고 일본 신화의 ‘아마테라’가 있으며 우리나라는 해와 달과 별을 나타내는 ‘일월성신‘이 있다. 실제로 건국 시조인 환인과 환웅, 그리고 단군에 이어 부여의 해모수나 고구려의 주몽, 신라의 박혁거세까지 이미지는 모두 밝은 해를 상징하고 있다.

 

문학이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 역시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우리나라의 소는 특히 여유와 평화의 상징이며 희생의 상징이다. 자신의 등록금이 되었던 소를 손흥규 소설가는 그의 산문집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에서 ‘문학은 소다’ 라고 표현하였다. 평생 소만 그렸다는 이중섭 선생 역시 소는 한국의 민족정서를 대표하는 동물이라며 ‘소는 민족이었다’ 고 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지하 시인도 그의 시집 「애린」에서 ‘십우도‘를 통해 수련해가는 참마음을 보여주고 있고, 김홍도의 「목우도」는 우리 조상들에게 정신적으로 풍요로움을 안겨주었다, 이처럼 소는 가난한 대학생의 등록금이 되었고 농민들에게는 농사일을 돕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민중의 한 부분이었다.

 

맨날 보았던 해가 오늘은 평상시와는 달리 새롭게 다가온다. 모든 ‘첫’이 설래 듯 올해의 첫 도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성스럽고 활기찬 새해를 맞았으니 어찌 설레지 않으랴. 제 때에 꼭꼭 찾아오는 새해가 새삼 고맙고 또 반갑다. 황소가 워어이 워어이 해를 몰고 사립문으로 들어섰는데 세상에 이해 못할 개 뭐가 있겠냐 싶다. 지난 해, 정말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사람이 조금씩 이해가 되는 시간이다,

 

“태양이 그대를 버리지 않는 한 나는 그대를 버리지 않겠노라” 윌트 휘트먼의 시집 <풀잎>에 들어있는 시의 한 소절을 가만히 뇌여 본다.


1월 6일 중앙일보 [이 아침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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