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의 시 (작아지는 몸)감상

2019.03.24 05:13

정국희 조회 수:32


 

 

   

작아지는 몸

 

 

당신 곁에 앉아 당신을 보는 것은

작아지는 몸을 수수방관하는 일

당신을 어루만져 작게 만들고 있는

투명한 손 곁에서의 속수무책

 

당신은 작아지고

쭈글쭈글해지고

샘처럼 어두워지고

 

당신이 산그늘에 누워 춥고 먼 골짜기들을 그리워할 때

절룩거리는 무릎 뼈를 내려놓고

배추밭 사이를 가벼이 날아갈 때

배추흰나비와

호롱불 같은 얼굴들과 물동이와

싸락눈과

춥던 군불 속으로 들어갈 때

내손을 가만히 놓고 오십년, 육십년 전으로

조그맣게 떠내려갈 때

당신은 인형처럼 야위고

또 작아지고, 무엇보다도

작아지고 싶어 하고

 

당신 곁에 앉아 당신을 보는 것은

당신을 자꾸만 조그맣게 만들고 있는

작고 가녀린 힘을

막을 가녀린 힘이 내게 없는 일

 

샘과 물동이와 군불이 목이며 눈에 들어오는 일

메다가 젖다가는 터져버릴 것 같은

쓸모없는 큰 힘만이 두 손에 가득한 일




        작아지는 몸을 바라보며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화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쭈글쭈글하게 만들어 가는 자연의 섭리를 생생하게 인식하며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자식의 마음이 정신적 심상으로 잘 나타나 있다. 한 실체를 바라보며 자연의 순리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 대상은 아마도 부모일 것이다. 평범한 장면인 것 같으면서도 면밀하게 관찰된, 그리고 지금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늙음이라는 엄청난 진리 앞에서 어쩌면 화자 자신이 작아짐을 체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그것을 자각하고 산다면 오히려 자신에게 큰 혼란이 와서 인생을 참되게 살지 못할 것이다. 새삼 천년만년 살지 않고 정해진 기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위대한 자연의 이치 앞에 겸손할 줄 모를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지도 못하였을 것이다.<샘과 물동이와 군불이 목이며 눈에 들어오는 일 메다가 젖다가는 터져버릴 것 같은 쓸모없는 큰 힘만이 두 손에 가득한 일> 이다

 

       이영광의 시적 정서는 전통적인 서정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에 주지적 어법과 경험에서 도출된 이질적 새로움이 신선함과 함께 고착화된 틀을 깨기도 한다. 물론 그의 시들은 기존의 형식은 그대로 두되 문학의 본질은 배제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온 가난한 정서에 기반을 두고 있다. , 그의 시에서 보이는 자신의 삶은 단순한 공통점이 통일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날 상상력의 결과물일 것이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몸이 매다눈이 젖다를 붙여서 쓰지 않았다. 명사 따로 동사 따로 떼어놓았다. 목과 눈은 윗 행에 나열하고 매다와 젖다는 다음 행에 나열하여 자칫 식상하기 쉬운 의미를 마치 은유처럼 전달하는 독특한 기법을 썼다. 언어는 파고들수록 불확실해지고 고정된 의미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속성이 있다. 그런 언어를 통해 다양한 상징성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방식으로 터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오직 시인의 몫이다. 또한 실제 속의 인물을 두고 일관성과 진실성을 담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감동을 충분히 줄 수 있도록 효과를 노리는 것 역시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7
어제:
4
전체:
6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