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이명숙

 

그림자 같은 

또다른 내가 떠났다

3월의 꽂 봉우리도 체 열리기전에

 

님의 사소한 몸짓에

일상속의 표정에

순간 순간 

복제된 내가 있었다

질긴 이승의 연은 끝났다 

 

휭~ 허무하다

독하디 독한

착하디 착한

불쌍하리 만큼 단순했던

 

엄마

 

우리 풀어야 할 실타래가  

얼마나 엉켰기에

11년을 한솥 밥에 머물며 녹였는가

 

애정도 애증도

연민도 그리움도 아닌

 

떠나시고 나니 보고싶다 

그 방에 그 쇼파에

유독 바래 버린  그 자리에

눈돌리면 보였음 좋겠다

 

지천에 흐드러지게 꽃이 만개했는데

 

또 목젖 부터 눈물이 솟는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5년이 되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11년을 사시다가 가셨습니다.

꽃을 좋아하셨습니다. 봄나물, 과일을 좋아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 챙겨 드리지는 못했습니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만을 위한 밥상을 차러드린 적이 없었습니다.

손쉽게 꺼내 드실 수 있는 소형 냉장고에 겨우 밑반찬 몇 가지 채워 놓는 정도였습니다.

친정 엄마께는 좀 소홀해도 이해될 줄 알았습니다.

언제 시간 날 때 신경 써야지 하다가 세월만 가버렸습니다.

제 기억 속의 엄마는 다정다감하지는 않았지만 처세하는 법, 도리를 중요시하셨습니다.

어쩌면 너무 버릇없을까, 하나밖에 없는 딸인 저에게는 유독 엄격하셨습니다.

 

서정주 시인은 나를 키워준 것은 팔 할이 바람이라 했지만 저는 제 성장의 팔 할은 아버지였습니다.

과묵함과 미소, 과한 부탁, 고집조차도 받아주시던 무조건적인 사랑

아버지와 오빠의 울타리는 든든한 나의 성곽이었습니다.

 

나의 어머니.

모진 세월을 사시며 여린 속정 들킬세라 갑옷을 입고 사신 엄마.

참 외로웠을 어머니.

맥주 한 모금에 온몸에 복사꽃 피고, 18번 '봄날은 간다'를 부르며 사뿐사뿐 움직 이시던 때로는 소녀 같으신 어머니는 88세의 봄이 시작될 때 가셨습니다. 

 

엄마, 잘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루만이라도 다녀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다면, 꽃 피는 봄날 하루만 이승으로 나들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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