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2 17:02

꽃 뱀

조회 수 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뱀/강민경



오늘도 나는 계곡에서 푸른 하늘 바라보며

산골짝 건널 일 산등성 넘을 일에

힘 드는 줄 모르고

올곧은 나무로 쭉쭉 뻗었다

 

 

개울물이 발끝을 적시고 흐르던

어느 아침

안갯속에서 함초롬한 이슬 물고 와

내미는 네 맨손이 하도 고와

퐁당 빠져들어 쿡쿡 하하

웃는 사이

 

너는 산맥처럼 일어선 내 어깨 근육을

뭉개고

거 쉼을 숨겨 돌돌 내 몸을 말아

옴짝달싹 못 하도록 욱죄고 귀골이 장대했던

나를 지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온데간데없고 덩굴, 너만 남았구나

 

다 내어 주고

속절없고, 한심하고, 어처구니없어

속 빈 강정처럼, 돌아온 탕아처럼, 먼데 가신

하늘이라도 되돌려 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네 뱃가죽이야 등가죽에 붙든지 말든지

눈길 한 번 주는 일 없는 너는

누구냐?

네가 그것이었니, 피를 말리는 꽃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5 초승달이 바다 위에 강민경 2014.01.04 388
844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성백군 2014.01.03 349
843 장미에 대한 연정 강민경 2013.12.26 534
842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아침에 이일영 2013.12.26 279
841 수필 감사 조건 savinakim 2013.12.25 275
840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강민경 2013.12.03 263
839 단풍 한 잎, 한 잎 강민경 2013.11.23 261
838 아동문학 호박 꽃 속 꿀벌 savinakim 2013.11.22 370
837 억세게 빡신 새 성백군 2013.11.21 206
836 낙엽단상 성백군 2013.11.21 160
835 보름달이 되고 싶어요 강민경 2013.11.17 204
834 갓길 불청객 강민경 2013.11.07 217
833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275
832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35
831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275
830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윤혜석 2013.11.01 387
829 시월애가(愛歌) 윤혜석 2013.11.01 142
828 수필 코스모스유감 (有感) 윤혜석 2013.11.01 265
827 수필 김우영 작가의/ 주당 골초 호색한 처칠 김우영 2013.10.27 768
826 노숙자 강민경 2013.10.24 226
Board Pagination Prev 1 ...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