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100년/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2008.04.25 08:33

미문이 조회 수:904 추천:8

영상이 곧 뜹니다. 진득하게 기다려 주세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17 문학축제 김종회 교수 강의 원고 미주문협 2017.08.24 256
공지 미주문학 USC 데어터베이스 자료입니다. 미주문협 2017.08.14 235
34 국내 시인들의 시창작법 소개 제1탄!!! - 詩的 동기는 어디서 오는가? / 박이도 시인 - 미문이 2006.02.28 1464
33 2006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모음 미문이 2006.01.20 1547
32 신춘문예 당선시 연도별 감상하기 미문이 2006.01.13 1283
31 2006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모음(24개 신문) 미문이 2006.01.13 2538
30 우리는 왜 문학을 갈망하는가 미문이 2005.12.02 1415
29 한국시인협회 독도지회 설립 미문이 2005.10.03 1317
28 현대시 100년사 최고 시집은? 미문이 2005.10.03 1207
27 "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 뿐" 미문이 2005.09.10 1094
26 吳圭原의 '새와 나무와 새똥… 돌멩이' 미문이 2005.09.09 1579
25 시(詩)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 이어령 미문이 2005.07.15 1247
24 시인이 시인에게 물었네 ‘시시(詩詩)콜콜’ 미문이 2005.07.11 1364
23 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장태숙 미문이 2005.07.04 1623
22 영시감상<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한다는건> 미문이 2005.06.05 1748
21 ‘첫사랑’찾아 중국 다녀온 95세의 피천득시인 미문이 2005.06.05 1235
20 詩的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미문이 2005.05.04 1425
19 처음 시를 배울 때 고쳐야 할 표현들 / 도종환 미문이 2005.05.04 1502
18 문인이 뽑은 가장 좋은시! 가재미/문태준 미문이 2005.05.04 1357
17 페미니즘(feminism)문학이란 무엇인가?/이승하 미문이 2005.04.05 1355
16 <font color=blue>좋은시의 조건 </font> 미문이 2005.04.05 1046
15 <font color=red>삼월, 그대에게</font> 미문이 2005.03.18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