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13
어제:
812
전체:
2,084,451


현대시 100년/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2008.04.25 15:33

미문이 조회 수:829 추천:8

영상이 곧 뜹니다. 진득하게 기다려 주세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17 문학축제 김종회 교수 강의 원고 미주문협 2017.08.24 72
공지 미주문학 USC 데어터베이스 자료입니다. 미주문협 2017.08.14 64
90 이전 문학서재 메뉴얼 압축파일(보관용) 미주문협관리자 2015.05.21 145
89 2008 한국문학 뉴스들 미문이 2008.12.27 1000
88 '시(詩)로 만든 잔치' 그 기발함이란! 미문이 2008.12.27 865
87 문효치시인의 문학강론 동영상 미문이 2008.08.22 1029
86 시인육성 동영상/나태주편 미문이 2008.08.22 843
85 작가들이 추천하는 인터넷 문학사이트 100선 미문이 2008.01.29 3023
84 한시인의 고백/이향아 미문이 2008.05.22 1030
83 2008년 벽두, 남북 문화예술교류에 관한 밝은 소식 미문이 2008.05.14 787
» 현대시 100년/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미문이 2008.04.25 829
81 지인들이 보내온 편지로 본 청마 유치환 미문이 2008.03.20 1035
80 '한국의 작고 문인 초상 드로인전' 미문이 2008.03.20 933
79 대선후보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미문이 2008.03.20 799
78 한국문단비사/전혜린 미문이 2008.01.29 932
77 문학과 지성 30년, 한국문학 30년 미문이 2008.06.30 1074
76 신영철이 만난 휴먼 알피니스트 (산악문화) -조선북스 미문이 2007.12.17 908
75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미문이 2007.11.07 7982
74 지식인의 말 미문이 2007.10.09 854
73 ‘문학관광’ 시대 활짝 미문이 2007.09.08 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