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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잊혀져가는 것들

2008.01.21 07:45

이강애 조회 수:100 추천:5

잊혀져가는 것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목요반 이강애 나는 오늘 아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통해 들려온 그 목소리는 알듯알듯하면서도 누구인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엇다. "나를 모르겠지? 나야 나, 황옥자." "응?그래,어떻게 내 전화를 알았지? 참,반갑네!" 우연히 어느 책에서 내 글을 보았노라고 했다. 사람이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이렇게 만난다며 반가워했다. 그는 50여 년 전 여학교 때 같은 반에서 공부했던 친구다. 그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누구는 어디서 살고,누구는 아들딸이 판검사가 되어 강남의 몇평 아파트에서 잘 살고 있으며, 누구는 신경을 너무나 써서 일찍 죽었다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소식을 전해주었다. 잊었던 친구의 전화 한 통화가 온통 내게 즐거움으로 다가와 학창시절로 돌아간듯 들뜬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하얀 칼라에 하얀 모자를 썼었다. 서로 깨끗하게 빨아서 풀도 빳빳하게 먹여 다려 입고 바지도 칼날같이 주름을 잡아 서로 멋을 부렸던 옛 학창시절이 그립다. 사람도 친구도 물건도 모두가 달라지고 잊혀지며 없어지듯이 그동안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과 사라져 가는 것,없어진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발음과 철자도 지방에 따라 각각 다르니 틀린 것은 고쳐가며 잊혀진 것과 없어진 것, 사라진 것이 있으면 삽입해 가면서 읽어주면 좋겠다. 쌈지,장죽(담뱃대), 털이, 핑경, 워낭, 꺼랭이,망태기, 도리깨, 쇠스랑, 멍석, 방석, 도리깨, 작두,풀무(풍구), 풍로, 홀태, 삼태기, 우장, 삿갓, 절구통(도구통), 도굿대, 확돌, 죽장, 떡메, 싸리소쿠리, 짚소쿠리, 짚세기, 바작, 작대기, 지게, 장구통, 부지깽이, 홍두깨, 빨래방망이, 다듬이, 방망이, 횃대, 부삽, 당그래, 가래, 평상, 핫바지저고리, 써까래, 이엉, 심지, 호롱, 등잔, 문풍지, 짚신,나무깨, 무름깨, 빨래판, 다듬이돌, 소, 달구지, 연자방아, 디딜방아, 물레방아, 화로, 상여, 포대기,띠, 댕기, 댓님, 놋그릇, 놋수저젓가락, 놋대야, 목기, 놋화로, 비녀, 리어카, 요강, 쟁기, 보자기, 씨앗이, 손수건, 주판, 사기그릇, 스텐그릇, 항아리, 질그릇, 부채, 가마, 보자기, 상복, 키(쳉이), 체, 얼레미, 무명옷, 삼베옷, 명주옷, 삐삐, 똥장군, 꼬깽이, 삽, 호미, 상보, 낫,베틀, 북, 바디, 잉어대 등 많고도 많다. 직업이나 신분도 다양했다. 양반, 상놈, 종, 머슴, 하녀, 주사, 참판, 진사, 참봉, 서당선생, 안방마님, 사랑채마님, 유모, 침모 등이 그것이다. 또 똥퍼아저씨, 이 똥퍼아저씨는 대개 이른 아침 골목골목을 다니며 "똥퍼! 똥퍼!"라고 외치고 다니면 변소에 분뇨가 꽉 찬 집에서는 얼른 나가 반기며 "여기 우리집 변소를 퍼 주세요." 라고 신청했다.또 "뚫어,뚫어,굴뚝 뚫어!"하며 외치는 아저씨는 긴 장대에 수세미를 달아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굴뚝이 막혀 불을 못 때는 집이나 공장 굴뚝을 청소해 주는 사람이었다. 또 칼이나 가위를 갈아주는 아저씨, 또 우산을 고쳐주는 아저씨, 신기루아저씨, 화장품 아주머니, 광주리에 생선이나 고기를 팔러다니는 도붓장수아주머니 등도 있었다, "고장난 시계나 머리카락 파세요!" 하는 장사꾼도 있었다. "부서진 양재기나 떨어진 고무신이나 부러진 수저 젓가락이나 무엇이든 가져오세요!" 외쳐대는 짤그랑 짤그랑 엿장수 가위소리가 나면 동네 아이들은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어떤 아이는 얼마나 엿이 먹고 싶었던지 떨어지지도 않은 아버지 고무신을 갖다주고 엿을 바꾸어 먹고 나중에 꾸중을 듣기도 했었다. 또 "아이스께끼 얼음과자가 왔어요!" 그 때 얼름과자를 하나 사먹던 즐거움을 떠올리며 지금도 향수에 젖는다. 주거도 다양해졌다. 산죽이나 갈대로 엮어 흙을 발라 지은 초막 집, 지붕을 짚으로 엮어 지은 초가집 그리고 기와집, 스레트 집, 벽돌로 지은 반양옥 집에서 이제는 아파트가 대종을 이루는 시대다. 아파트의 평수에 따라 그 집의 경제상태를 판가름하는 시대가 되었다. 화장실도 집의 구조가 바꾸어지자 돌이나 판대기로 받쳐 만들어 놓고 볼일을 보는 집 밖의 변소가 이제는 집안으로 들어왔다. 또 변기도 비데로 바꾸어 쓰는 시대다. 옛날에는 변소와 친정은 멀수록 좋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 반대가 되고 말았다. 전화기도 유선전화, 무선전화. 삐삐, 핸드폰으로 진화하였다. 핸드폰은 전화만 하는 게 아니고 계산기, 달력, 시계, 게임기 역할까지 한다. 이 핸드폰은 서로 얼굴을 보면서 전화를 하는가 하면, 전화비를 아끼고자 문자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편리한 시대다. 전화기도 다양화 되어 처음에는 전화기에 달린 수신기를 귀와 입에 대고 '여보시오, 여보시오.'하며 전화를 했고, 또 전화기에 동그런 다이얼구멍이 있어 그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번호를 돌려서 걸었다. 그러다 지금은 전화번호만 누르되 발신번호가 전화기에 뜨면 그 번호를 봐서 받을 전화만 받는다. 또 전화기로 사람의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다고 하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편지를 썼던 시대는 갔다. 갖은 미사려구를 써가며 얘교를 부려 썼던 연애편지, 정이 담뿍 든 부모 자식간의 편지도 없어졌다. 또 사람이 죽으면 냈던 부고장도 없어졌다.초상이 나면 이 부고장을 들고 가까운 집이든 수십리 먼 곳이든 다 찾아가 나누어 주었다. 부고장을 받으면 부정을 탄다고 집에 들이지 않고 대문이나 싸리문에 꽂아놓았었다. 두툼한 솜이불이나 바지저고리도, 삼베옷도, 무명옷도, 꽁보리밥도 옛것이 되어 이제는 향수로만 우리 마음속에서 그려볼 뿐이다. 옛날엔 TV도 냉장고도 전화기도 없이 살았지만 그 때는 풍류가 있었고, 이웃 간의 정이 있었으며, 아기들의 을음소리가 있고, 효가 있으며, 맑은 물소리 새소리속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살았다. 지금은 편리하여 좋지만 정서가 불안하고 서로 마주 앉아 밥상을 대할 시간도 없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대화할 시간도 없다. 무엇이 그렇게도 바쁜지 모르겠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 지저귀는 새소리, 집집마다 울리는 아기들의 울음소리 등 사랑이 넘치는 그 소리가 듣고 싶다. 편리라는 미명 아래 잃은 것이 더 많지는 않은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