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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전주에 사는 기쁨(5)

2008.10.28 21:44

김길남 조회 수:104 추천:14

전주에 사는 기쁨(5)                        -천년이 가도 변치 않는 보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반,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사람은 말로서 의사를 전달한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말이 있었다. 문화가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져 말이 점점 많아졌다. 지금도 새로운 말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말은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 좋으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말하는 시간에 가까운 곳에 있어야 들을 수 있다. 나오는 순간 없어지는 것이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게 곧 글이다. 종이에 씌어진 글은 몇 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아 두고두고 읽을 수 있다. 좋은 종이만 사용한다면 천 년이 지나도 남아 있다고 한다. 천 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좋은 종이, 그게 바로 한지다. 1966년 10월에 불국사의 석가탑을 해체할 때 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인쇄물이고 국보로 지정되었다. 751년에 김대성이 불국사를 중창할 때 세운 석가탑이니 그 무렵 인쇄 되었을 것이다. 1257년 전의 유물이라고 본다. 한지에 인쇄가 되었으므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종이는 중국의 채륜이 처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에 전해져 글을 써서 남에게 전하기도 하고 책도 만들었다. 종이가 나오기 전에는 대쪽이나 나무판자에 글을 썼고 비단에 적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얼마나 편리한 게 종이인가. 고구려의 담징은 종이 만드는 법을 일본에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주의 한지는 옛날에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고려시대에는 나라에서 보내는 외교문서나 임금에게 올리는 글, 중국에 보내는 조공문서는 전주 한지를 썼다고 한다. 이러한 명성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왔다. 전주의 인쇄술이 발달한 것도 질 좋은 종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발간한 완판본이 유명했다. 다가동 일대는 인쇄하는 곳이 많았었다고 한다. 전주 한지가 유명해진 것은 질 좋은 닥나무가 생산되고 물이 좋았기 때문이다. 기후 풍토가 닥이 자라기 알맞고, 무기물이 적은 연수가 사철 흘러 한지 생산에 도움이 되었다고 전한다. 질 좋은 한지가 나오니 이곳저곳에서 찾아 만들기가 바쁘게 팔려 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안동과 원주의 한지에 밀리는 현상이라 하니 안타깝다. 더구나 값싼 중국지가 나와 더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사라져 가는 한지를 되살리고자 전주에서는 한지축제를 열고 있다. 1997년에 시작하였고 1999년부터는 전주종이축제로 이름을 바꿔 해마다 5월에 연다. 한지 생활용품 유물전, 완판본 고전소설과 고문헌전, 닭종이 인형전, 한지 그림전, 한지패션쇼 등 다양하다. 예원예술대학에서는 전주시와 연계하여 한지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첨단소재 개발. 다양한 활용 방법을 연구하여 성과를 올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관저에 한지 공간을 연출하고 게스트룸과 메인홀을 한지로 꾸몄다. 한지를 활용한 물품을 보니 한복 넥타이, 핸드백, 전등갓, 침구, 지갑, 명함 갑, 다과그릇, 열쇠고리, 편지꽂이, 가구 등 다양했다. 지금까지 한지는 문이나 바르고 장판을 만들며 책이나 족보를 박는데 쓰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옷을 지어 입고, 넥타이를 만들며, 침구로 이용된다니 놀랄 일이다. 더구나 한지로 만든 옷도 빨래를 해도 된다고 하니 이상하게 여겨진다. 한지는 앞으로 그 쓰임새가 많아질 것이다. 영구보존문서, 오래두어야 할 기념물 인쇄, 상장, 졸업장, 자격증, 면허증, 등 귀하게 여길 문서는 모두 한지로 인쇄하게 될 것이다. 외국에서도 고급 종이로 한지를 선택하여 수입해 가고 있다고 한다. 단아하고 고풍스런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통한지가 앞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각광을 받아 새롭게 태어나리라 믿는다. 첨단의 소재로서 미래에 새롭게 태어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천년의 보물이 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2008.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