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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할께요- 그리움이 닿는 곳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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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erico Andreotti(1847-1930) The Love Letter 연애편지
보고 싶다는 말은... / 이해인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 싶은데...
비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너의 목소리
들을 때마다
노래가 되는 말
평생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감칠맛 나는
네 말 속에 들어 있는
평범하지만 깊디 깊은
그리움의 바다
보고 싶은데...
나에게도
푸른 파도 밀려오고
내 마음에도 다시
새가 날고...
붉은 색 인장으로 봉해진 편지를 받은 여인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편지를 감춘 손과 어쩔 줄 모르는 속마음은 입가에 닿아 있는 손에 생생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웃는 듯 우는 듯한 입가의 미소와 눈빛은 보는 저마저 가슴 뛰게 하고 있습니다.
방금 편지를 건네 준 사람이 혹시 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Federico Andreotti(1847-1930) The Love Letter 연애편지
첫 번째 러브레터를 받고 좀 시간이 지난 모양입니다.
같은 얼굴이지만 좀 더 여유롭습니다.
여인이 감출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나이를 먹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했는데, 안드레오티의 그림을 보면
저도 사랑에 빠진 여인의 얼굴을 가려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여인의 자태를 그려 낸 안드레오티도 대단하지만 이런 포즈를 취해 준
모델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예쁜 모델과 옷입니다. 그나저나
저 편지를 도대체 어디에 넣을 생각인지 여인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John William Godward (1861-1922) The Love Letter. 1913 연애편지
화가들의 작품 중에는 ‘러브 레터’라는 제목이 꽤 있습니다.
제목만큼 내용도 달콤하죠.
담에 앉아서 펼친 편지를 읽는 여인의 입가에 웃음이 걸린 듯 만 듯 한데,
살짝 구부러진 오른손 새끼 손가락이 여인의 마음 한 자락 같아 유쾌합니다.
여인 뒤에 서 있는 조각상은 헤라클레스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 해서 편지를
몰래 넘어다 보고 있습니다.

편지 The Letter
편지를 마지막으로 써 본 것이 언제인가 싶습니다.
봉투를 열어 편지지를 펼치고 글씨와 함께
편지를 보낸 사람의 얼굴 그리고 마음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편지를 접은 순서만 봐도, 편지지의 색깔과 무늬만 봐도
보낸 사람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한 참 흘렀어도
서랍 속 예전 편지를 펼치면 변하지 않은 목소리와 얼굴들이 나옵니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이라고 했지만 저에게는 편지가 남았습니다.
이제는 편지를 받아서 행복한 얼굴을 그림 속에서만 봅니다.

편지 The Letter
<그림들 /'레스' 네이브 블로그에서>

Henry Lejeune (1820-1904) Love Letter

Eugene de Blaas (1843-1931) Love Letter. 1902

Raimundo de Madrazo y Garreta (1841-1920) Love Letter

Chalon, Alfred(1781-1860) - Girl Reading a Letter

Sheridan, Duffy - The Letter

Enjorlas, Delphin - The Letter

Ladislas Wladislaw von Czachorski (1850-1911) - The Letter

테이블에서 편지를 쓰는 여인 Woman Writing at a Table. 1905
창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두고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아마 책을 읽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옆에 있는 의자에 책이 펴진 채로 놓여 있고 바닥에는
어깨에 걸쳤을 것 같은 숄이 흘러 내린 것을 보면 마음이 급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기울이고 펜을 든 그녀의 모습은 고요하고 단아합니다.
사각거리며 써 가는 편지에 담긴 간절한 마음이 받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겠지요. 생각해보니까 저렇게 책상에 앉아서 펜으로 편지를 써 본 것이
마지막으로 써 본 것이 언제였나 싶습니다.
테이블에서 편지 쓰는 그림을 보게된 며칠전
손끝에 전해지는 따뜻한 편지를...
'보고 싶은, -- 에게’로 시작하는,
고운 빛깔 편지 한 통. 검은 색 펜으로
꾹꾹 눌러 써내려 간 편지를 봉투에 고이 넣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것도 편지나 엽서 같은 건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각종 고지서나 영수증이 대부분입니다.
가을엔 편지를 한단 노래가사도 있지만,
요즘 사실 편지 쓰는 사람 드물지요.
이메일도 귀찮아 문자메시지 날립니다
내가 알고 지내는 친구는
뒤에 도착하거나,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까 불안하기도하지만
오랜 그리움이 삭제(Delete)키 하나로 지워져 버리거나
수많은 스팸 속에 묻혀 버린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아직도 손끝으로 편지쓰기를 고집합니다
손으로 쓴 편지를 곱게 접어 설레는 마음으로 우표를 붙이던 시절도
이제 향수가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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