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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발 소리

2006.06.21 04:37

유봉희 조회 수:1260 추천:147


서릿발 소리
유 봉 희
건너편 지붕이 하얀 서리로 눈 시린 아침
창문을 열다가 창틀에 앉아 있는
무당벌레를 보았다
빨간 몸통에 검은 점들
저 조그만 그 몸통에 점을 찍으려면
바늘 같은 붓펜이어야 되겠구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자세히 보니 움직임이 없다
어젯밤 찬바람 속
불빛 환한 내 창문까지 먼 걸음
안간힘을 쓰다가 놓아버린 작은 몸
작아도 온 몸, 온 힘으로 소리쳤을
문 좀 열어요, 창문 좀 열어줘요
이제서야 들리는 소리
창문도 듣고 정원의 나무들도 듣고
멀리 밤 별들도 숨죽이며 들었을 그 소리
나만 듣지 못한 소리

내가 듣지 못한 소리가
내가 듣지 않은 소리가
깨진 유리 같은
서릿발로 일어서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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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봉희 제 2 詩集 몇 만년의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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