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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바에즈...(그녀는)

2005.05.21 22:11

박상준 조회 수:374 추천:30

존 바에즈...(그녀는) 우리에게 밥딜런의 연인이자 반전운동가로 잘 알려진 존 바에즈... 그녀의 행적에 대해 아직도 칭송이 끊이지 않는 아메리칸 포크계의 전설로 자리잡고 그보다는 저항정신을 지닌 모범적인 실천가, 끊이지 않는 창의력과 삶에 대한 열정의 소유자... 나는 그녀의 이름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부르기 전에, 그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며칠 밤을 커피만으로 지샌 사람처럼 가슴이 벌렁거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팝스타들을 따라다니는 어린 소년, 소녀들은 있기 마련인데 우리나라는 이들을 가리켜 오빠부대라 하고, 영어권에선 이런 사람들을 그루피(groupie)라고 한다. 존 바에즈, 그녀를 위해서라면 난 언제라도 이런 사람으로 분류되고 싶다. 정(情) 중에는 첫정이 제일 무섭다고 하던가. 나는 존 바에즈를 통해 ' 머리 올린 어린 기생'이라도 된 심정이 들곤 하는 것이다. 이제사 고백하지만 존 바에즈는 뮤지션에게 바쳐진 나의 첫사랑이자, 어린 가슴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소년 시절의 첫사랑이기도 했다. 나는 비가 무지하게내리던날 서울 대학로 어느 LP가게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녀의 골든 프라이즈 앨범 (Golden Prize Album/ Vangard) 2장을 사고는 차비가 없어서 집까지 비를 쫄딱 맞고 걸어간 적이 있다. 집까지 가는 내내 그녀의 앨범이 비에 젖을 세라 가슴에 꼭 품고 가는 동안 단언컨대 그녀의 앨범엔 단 한 방울의 빗물도 튀기지 않도록 했다고 장담할 수 있다. 뮤지션의 일대기를 이야기할 때마다 턴테이블 이야기를 하는데, 그 무렵의 나는 턴테이블이 없어서 LP를 사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앨범에서 나온 부클릿(영문으로 되어 있었지만)을 보며 혼자 영어사전을 펼쳐놓고 행복한 마음으로 해석한 적이 있다. 혼자만의 짝사랑을 고백하는 것 같아 부끄러울 지경이긴 하지만, 나는 존 바에즈의 노래를 듣노라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처연하면서도 기품이 있고, 윤기가 흐르면서도 거만하게 들리지 않는, 쥐어짜는 음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힘차게 부르는 노래에도 편안하게 기댈 수가 있다. 어쩌면 나는 그녀의 노래에 나의 거친 욕망과 다듬어지지 않은 이상을 덧칠했는지도 모른다. 1941년 생인 그녀의 나이도 우리 나이로 어느새 60 환갑이 지났지만 나의 머릿 속 그녀는 여전히 검은 머리를 흩날리며 깊게 패인 눈동자로 세상을 응시하는 그런 아티스트로 남아 있다. Wild Mountain Thyme - Joan Ba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