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4 / 과일진열대(주)

2008.09.09 10:23

김영교 조회 수:917 추천:80

과일 진열대에 넘실대는 주홍색 물결 (나를 철썩댄다) 칭칭 감긴 붕대 속의 내 가슴에 밀려오는 바닷바람 의사소통의 막힌 절벽에서 소리지르다 떨어지는 꿈 부스러기 크고 작은 포말이 되어 아득히 떠밀려 간다 계절의 갈라진 틈새로 늘어나는 긴 목 수압에 못 이겨 생선 눈알 자꾸 튀어나온다 둘러봐도 오라버니 휘파람 소리 들리지 않고 야자수에 걸린 달 내 목을 기어오른다 진열대는 속시원하게 모국어로 떠들어대는 고향집 뒤뜰의 감나무 산 페드로 비치에에서 주홍 빛 진하게 익어버린 내 얼굴 그 안에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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