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이 젖고 있습니다
세상이 온통 젖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젖지 않으려는 몸부림
처마밑으로 자신을 가두어 보았습니다

하늘은 어디에 있는가
흑구름 뒤에 가려 때를 기다리는
실체
그 자리를 떠난적이 없다는 깨달음이
밤과 낮, 젖음과 마름
절묘한 아름다움의 저울을 불러왔습니다

한없이 젖어 드는 가슴
필요에 따라
젖기도 하는 생명법칙
보이지 않는 힘이 물오르고 있습니다
뒷뜰 나즈막이
봄의 숨소리가
점점 크게 땅과 하늘의
젖음속으로 첨벙 첨벙

우주는 거대한 눈망울
글썽만 해도
투명한 눈물이 쭈르르 흘러
하나가 되는 길
그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그리고 함께 젖어
더욱 자유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