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바다 (영상시)
2003.03.23 17:49
이화자님께서 남긴 김영교시인의 영상시
넓은 바다에
섬 하나 떠 있다
머언 남쪽 나라를 건너오는
바람 높은 계절이 되면
바다는 남빛과 진초록의 옷을 갈아입는다
섬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발목을 간지럽히는 바닷물의 희유에
어깨를 들먹이면
풀잎들도 고개를 든다
별밤이
그만 깊은 바다 속으로 끌어들이면
섬의 숲도
둘러싼 물빛도
피부와 내장까지도 초록 물이 든다
말과 생각까지도
파도에 흔들리다가
밀려오는 해조음하나 건져 올리면
바다 속에 내가 안기고
내 안에 바다가 들어와
다시 떠오르는 섬
바다가 없으면 섬은 섬이 아니다
펄펄 살아있는 자아를 소금물에 절이면서
숨쉬는 이 긍휼,
이제
내 뜻대로는 아무 것도 없고
물결 따라 엎드리는 나는
아버지 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0 | 수필 창작 - 꽃구경과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교 [4] | 김영교 | 2017.10.12 | 1003 |
29 | 창작 시 - 오늘 새 손님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07.21 | 1003 |
28 | 생수의 강가에서 | 김영교 | 2007.07.19 | 1004 |
27 | 창작 시 - 콩나물의 노래 / 김영교 [8] | 김영교 | 2017.09.28 | 1011 |
26 | 시 창작 - 길 위에서 / 김영교 [4] | 김영교 | 2017.07.15 | 1015 |
25 | 창작 수필 - 이름 처럼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10.25 | 1024 |
24 | 창작 시 - 가을 표정 1 - 대추차 / 김영교 [4] | 김영교 | 2017.10.12 | 1040 |
23 | 우엉 뿌리/미발표 | 김영교 | 2009.05.03 | 1043 |
22 | 중앙일보 이아침에 - 콩나물국밥과 손 글씨 - 김영교 [3] | 김영교 | 2017.09.16 | 1063 |
21 | 감나무와 좋은 소식/김영교 | 김영교 | 2008.10.30 | 1066 |
20 | 창작 시 - 답답한 이유를 묻거든 / 김영교 [1] | 김영교 | 2017.10.24 | 1086 |
19 | 수필 창작- 바튼 기침소리 - 김영교 [5] | 김영교 | 2017.10.18 | 1091 |
18 | 창작 시 - 배경에 눕다 / 김영교 [6] | 김영교 | 2017.09.23 | 1092 |
17 | 창작 시 - 가을표정 4 - 호박 오가리 /김영교 [8] | 김영교 | 2017.10.16 | 1101 |
16 | 신작 수필 - 어머니날 단상 / 김영교 [5] | 김영교 | 2017.05.13 | 1134 |
15 | 쉬어가는 의자 | 김영교 | 2016.11.06 | 1152 |
14 | 창작 시 - 들꽃 학교 / 김영교 [9] | 김영교 | 2017.09.17 | 1196 |
13 | 창작 시 - 가을표정 3 - 밤과 한가위 /김영교 [4] | 김영교 | 2017.10.13 | 1209 |
12 | 수필창작 - 길이 아니거든 가지마라 / 김영교 | kimyoungkyo | 2018.08.08 | 1254 |
11 | 수필 - 스카티가 남긴 자국 / 김영교 [10] | 김영교 | 2017.04.11 | 13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