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바다 (영상시)
2003.03.23 17:49
이화자님께서 남긴 김영교시인의 영상시
넓은 바다에
섬 하나 떠 있다
머언 남쪽 나라를 건너오는
바람 높은 계절이 되면
바다는 남빛과 진초록의 옷을 갈아입는다
섬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발목을 간지럽히는 바닷물의 희유에
어깨를 들먹이면
풀잎들도 고개를 든다
별밤이
그만 깊은 바다 속으로 끌어들이면
섬의 숲도
둘러싼 물빛도
피부와 내장까지도 초록 물이 든다
말과 생각까지도
파도에 흔들리다가
밀려오는 해조음하나 건져 올리면
바다 속에 내가 안기고
내 안에 바다가 들어와
다시 떠오르는 섬
바다가 없으면 섬은 섬이 아니다
펄펄 살아있는 자아를 소금물에 절이면서
숨쉬는 이 긍휼,
이제
내 뜻대로는 아무 것도 없고
물결 따라 엎드리는 나는
아버지 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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