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방에 그림 한 장

2003.04.13 18:23

김영교 조회 수:462 추천:71

기억의 방에
또 하나의 그림이 들어왔다

'소꼬리 Salad'
시인이 개발한 영특한 일미
펄 펄 끓는물에 투신한 긴 시간
참을성 없는 나
목이 메인다

'된장 배추국' 김오르는 국물
Mr. 전의 장거리 운전 피로를
덩달아 운전도 안한 남편 두 그릇으로 해독 협조
입이 즐거운 남자들, 삼중주 아이들 음악 배경으로
SF 이야기, 싱싱한 웃음꽃 피우는 모임
은,혜, 숙 세 여인의 젊음이
내 종이짝 가슴을 껴안아 준다

턱밑에 있는
바다에 눈길 한번 안 주고
하루종일 부엌바닥을 통통 악보처럼 튕겨 오르며
바쁜 손놀림을 한 세 아이 엄마 주부
우정있는 식탁 아름다운 마음 어울려
무르익는 저녁이 마냥 향기 롭다
편안하게 누릴 때 금새 행복해 진다

바다를 가슴에 답고 사는 안방여자
그녀의 수고가 나의 행복이라니...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수고하기에 인색한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해질녘
애들의 함성이 그리울 때
나는 이 정겨운 그림을 보러
기억의 방문을 활짝 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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