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기억

2003.08.28 16:14

김영교 조회 수:426 추천:79








코스모스 기억
시 - 김영교

가을 한복판
하늘 깊은 푸르름을 길어 내다가
지상으로 내려 온 바람이
잠깐 포개어 본 입맞춤

가느다란 허리에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힘에 겨운듯 하느적 거리는 수집음은
첫 사랑의 설렘

인적이 드문 길섶에
뭇새들이 찾아주는 대낮이 깔리면
꽃잎마다 꿈이 열려
코스모스 어우러진 마을 어귀
고향에 서 있는 가을 속의 나
술떡에 꽃잎 눌러 변치 말자 도장찍고
책갈피마다 꽃잎 말리던 동심
두고 온 가을을
까치소리 한 움큼 퍼 올린다

코스모스 꽃밭에서 놀던 정다운 순녀야
고향 저수지에 뜬 달 잡으려다 빠진 친구
그리움을 몰고 오는데

지금은
나이의 옷깃을 여미는 길목
세월의 바람소리에 귀가 열려
코스모스 나부낌 사이사이로
-사람 살려- 순녀의 울음소리 들린다
가을마다 맺혀있는
코스모스 허리의 가는 목소리
또 하나의 절규
나의 울부짖음.


-워너 스프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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