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2004.10.15 14:24

김영교 조회 수:528 추천:156

나는 분명 보았다
나무가 보내는 편지를
여름 내 푸르게 써서
스산한 가을이 뜨겁게 받아보게
대지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그 편지는
붉은 함성의 우표를 달고
풀러턴을 속달로 가고 있었다
뒷산 등산로 주변
선인장 군단을 빠져나와
동네어귀 포도넝쿨을 열 올려놓고
누렇게 드러누운 산비탈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며
10월이 메고가는 편지 꾸러미

우체통이 입을 닫고 있어
가로수에 기어올라가는 것을
목격한 오후
난 확실히 알았다
이달 하순에는
읽고 버린 편지가
땅을 덥고
버석거리는 신음은
못다 읽힌 서러움임을
그리고
내 시린 가슴을 덥는
울긋불긋 월동 이불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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