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길은/이재범목사 영전에

2004.11.11 09:20

김영교 조회 수:618 추천:120

마른 눈에서는 모래 바람
마른 가슴에서 갈대우는 소리
마른 뼈들이 금을 내며 주저앉던 투병기간
내 가슴에까지 번져 오던 답답함

살점을 갈기갈기 찢으며
골수에서 치솟던 고통
안으로 안으로 저며 넣를 때
껴안아 주고 함께 손잡아주는 기도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

부모님의 간곡한 부름에
학위의 잎을 떨구고
목회의 잎도 떨구고
앙상한 겨울나무는 고향으로 뿌리를 옮겨갔다
나는 그를 보내지 않아
그는 아직 여기 있고
여름날의 무성한 잎으로 너풀대는 그리움
성경 페이지를 넘기던 체온이 방안 가득 고여있다

앉았던 자리
그 큰 흔적
말씀을 안고 떠난 젊은 사역자는
갈보리 사랑 그 알갱이로 남아
아픔을 건너 나의 어둠을 어루만지며
말없이 목수의 여광(餘光)을
성서학회 지붕에 비춰 주고 있다

지금 그의 길은 위에 있고
하늘 문 열고 들어가 님의 품에 안긴 그 확신에도
왜 나는 기뻐하지 못하는가
  
38개의 여린 나이테를 남기고 떠난
그 안타까움이 나를 쓰러뜨리고
젖은 흐느낌이 온 몸을 찌른다

작은 내 심장 신음소리에
서서이 깨어나는 나의 의식
순서없는 계단을 오르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0 퇴고수필 - 웃음이 이긴다 / 김영교 [11] kimyoungkyo 2017.02.13 209
549 수필 - 이웃사촌의 꿈 그 너머에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03 209
548 퇴고수필 - 좋은 만남 - 김영교 [3] 김영교 2017.03.05 214
547 고향 마음과 석송령 / 김영교 [12] 김영교 2018.03.10 218
546 신작시 - 작은 가슴이고 싶다 / 김영교 [3] kimyoungkyo 2017.02.04 219
545 신작수필 - 노 모아 마가리타 (No more margarita) / 김영교 [8] kimyoungkyo 2017.02.26 222
544 퇴고수필 - 줄 두 개 뿐인데 / 김영교 [6] kimyoungkyo 2017.02.16 224
543 쪽지글 - 비범한 괴짜, 김점선의 그림과 친구들 / 김영교 [6] kimyoungkyo 2017.02.26 227
542 신작시 - 리돈도 비치에서 - 김영교 [4] 김영교 2017.01.29 227
541 중앙일보 - 나를 갉아먹는 미움의 감정 / 김영교 [12] 김영교 2018.02.24 230
540 기, 당신을 만나고 그리고 [11] 김영교 2018.04.05 236
539 혼자 살아서 독거인 [9] 김영교 2018.04.10 241
538 창작수필 - 카풀로 오는 봄/ 김영교 [16] 김영교 2017.04.01 242
537 흙수저와 차 쿵 / 김영교 [6] file 김영교 2018.02.26 246
536 신작수필 - 가족 / 김영교 [9] 김영교 2017.02.02 247
535 이 아침에] 목발과 함께한 통금의 날들 6-8-2020 [5] 김영교 2020.06.10 250
534 소야등 김영교 2005.12.26 258
533 퇴고 시 - 한 가닥이 / 김영교 [4] 김영교 2017.01.17 261
532 신작시 - 껴안고 있었다 / 김영교 [8] 김영교 2017.04.09 261
531 수필 창작 - '생일'을 입고 그는 갔는가 - 김영교 [6] 김영교 2018.01.27 279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4
어제:
2
전체:
648,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