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바다
2005.02.04 14:06
때묻은 빨래의 파도
철썩철썩 일상의 해변을 적신다
건조기의 뜨거운 열기
해풍에 날려보낼 때
비상하는 조그만 기쁨의 포말들
식탁을 오르내리는 젓가락 소리에
어둠이 내리고
설거지 잔물결이 하루를 닫을 때
쉼의 바다 그 넓은 가슴에 기대면
녹아 없어지는 어깨긴장
아침 햇살 퍼지면
저자섬에 바람 타고 밀려가
싱싱하고 필요한 먹거리를 망태에 건져 올려
이 골목 저 비탈 차량의 물결 헤치고
다시 바다에 안기면
행복한 선장, 나는
부엌해변에 서면
씻고 다듬는 물장구 치기
썰고 끓이는 파도타기
밥하고 반찬 하는 끝없는 항해
내일은 또 무엇을 건져 올려 식탁에 놓을까
청소의 물살이 먼지 자욱한 뱃길을 쓸어올려
파도가 높을수록
걸러지고 깨끗해지는 바다
땡볕에 증발하는 그 떠남의 아픔 뒤에
채워지는 푸른 바다
똑 같은 그러나 새로운 꿈을 따러
나는 오늘도
해도(海圖)에도 없는 작은 포구에서
수심(水深) 깊숙이 자맥질한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0 | 굼부리 갈대 숲 | 김영교 | 2005.03.16 | 488 |
129 | 강가의 겨울나무 | 김영교 | 2005.03.07 | 450 |
» | 우리집바다 | 김영교 | 2005.02.04 | 344 |
127 | 쁨바 쁨바 그 사이에 | 김영교 | 2005.01.31 | 647 |
126 | 오늘을 산다 | 김영교 | 2005.01.31 | 364 |
125 | 낚시꾼의 하루 | 김영교 | 2005.01.24 | 438 |
124 | 베틀에 앉아 | 김영교 | 2005.01.24 | 290 |
123 | 내 안에 두개의 짐승 | 김영교 | 2005.01.23 | 566 |
122 | 우물 | 김영교 | 2005.01.13 | 320 |
121 | 젖는다는 것은 | 김영교 | 2005.01.12 | 388 |
120 | 만개(滿開) | 김영교 | 2005.01.02 | 372 |
119 | 위로 치솟는 작은 몸짓 | 김영교 | 2005.01.01 | 374 |
118 | 보름달만 보면 | 김영교 | 2004.12.30 | 349 |
117 | 홍삼차 | 김영교 | 2004.12.25 | 304 |
116 | 내 속을 헤엄치는 은빛 지느러미 | 김영교 | 2004.12.23 | 500 |
115 | 12월의 나침반 | 김영교 | 2004.12.20 | 409 |
114 | 여행 | 김영교 | 2004.12.11 | 399 |
113 | 먼지 | 김영교 | 2004.12.10 | 377 |
112 | 쌈밥 | 김영교 | 2004.12.09 | 480 |
111 | 겨울 별자리 | 김영교 | 2004.11.29 | 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