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길/ 김영교
2008.10.16 14:07
부부 길 / 남정
남편을 배웅하고 처다 본 가을 하늘
풀맥인듯 참으로 맑고 청청하다
그 시선 쏟아 부어 구석구석 정돈한다
휴식이 누웠던 침상부터
목욕탕 청소를 거쳐
주섬주섬 빨래 가득 돌아가는 세탁기까지
나의 관심 위에 놓여있는 그의 일상
버팀목으로 서있어
바람이나 안개 장대비 까지도
두렵지 않던 시간들
건강한 하루가 빨래처럼 펄럭이고
각가지 반찬은 옛날을 부르는 초인종
사랑 확인하고 고백하지 않는
무덤덤한 관계, 그럼에도
그 사람 기침의 끄나풀 저 끝에서 나를 벌떡 깨우는
터무니없는 자연스러움
늘 준비된 온수처럼 깨어있는 나의 의식
정상 체온마저 감사하는
후반부에서 깨닫는다
옆에도
안에도 있는
아름다운 신뢰의 산들바람
사계절 내 마음 언덕을 오르내린다.
三泉文學會 2008.10.18 (71.155.212.223)
* 후반부에서 깨닫는다
옆에도
안에도 있는 힘
아름다운 믿음의 산들 바람
사계절 내 마음에 스며든다.
..........(도치법의 묘미)...............................
인생,
후반부에 비유한 이분의 산전 수전 다 격은 부부애가
파노라마처럼 읽는 이의 가슴을 친다.
등을 기대고 사는 진한 어쩔 수 없는 노년의 부부 사랑이
애절하게 돋보인다.
한 시인의 경지가 예까지 온 숙련미. 노련미, 절묘한 필치에 경탄!!
시는 이렇게 훈훈한 한도막의 이야기를 요구한다.
근래에 드문 최고의 역작,
이 시인은 누구일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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