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숲에서

2005.10.16 12:48

김영교 조회 수:545 추천:65

앞서 가는 가을 따라 피오피코* 살찐 책 사이를 기웃 거리는데 종이장 얇은 가슴에 예기치 않게 입양된 국화꽃 '열려라 에바다' 꽃몽우리 방마다 자색 모자 눌러 쓰고 가을이 흥건이 고여있다 키 짧은 햇살에도 숲을 키우는 지혜 탐스런 바구니에 빼곡한 미소들 위에, 옆에 그리고 저 아래 하나하나 짚어가며 깊숙이 자리매김 한다 이 꽃송이 저 몽우리 어울려 내뿜는 향기에 열린 꽃 문 하나씩 둘씩 밀고 들어서는 하늘 흐름과 모양이 다른 삶의 색깔들 나름대로 진실과 최선으로 계절의 층계를 오르고 얇은 입술에 길고 시린 별 밤 소쩍새,천둥 소리에 얹혀 꿈 따라 표정을 바꾸며 의미에 빛을 발하는 숲의 언어 쉼을 뿌리는 구나 아픔도 슬픔도 기쁨으로 열리는 바램 하나 국화숲에서 알알이 벙그는 기도소리 나눔의 세월에 걸터 앉은 저녁 놀 빨갛게 달아오르는 거대한 국화숲 주체못하는 작은 나 그 앞에서 눈만 껌벅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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