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응답기

2006.01.25 14:01

김영교 조회 수:387 추천:76

전화 응답기 김영교 그리움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 닿을 듯 소리 하나를 위해 온 몸을 떨며 필사의 힘으로 다가와 마주 선다 분수껏 돋구는 목청에 깨어나는 촉각들 안팎을 흔들어 대는 울림은 묵답에 왕래를 잃고 춤추는 의미들은 깊이도 알 수 없는 기다림에 저장 된다 목소리, 그것은 음성 부호끼리의 약속인가 살아있는 체온끼리 의사소통인가 고개를 돌리면 물소리를 내며 흘러 가버린다 창밖의 바람은 연두 빛 눈썹 껌벅이며 처지는 내 발걸음을 밀어내고 현기증을 품고 언덕을 내려가는 나는 숨을 헐떡이는데 들리는 휫바람 소리는 나의 부재중에도 울리는 지속적인 당신의 신호 삶 반대편에 있는 그 먼 거리를 그만 껌벅이는 응답기에 방치해 둔 나 불소통의 오후 의식은 기억을 퍼 올리고 있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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