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그릇 손길이 / 김영교
2010.03.05 11:25
질그릇 손길이
마음의 맑은 눈은
도서실
통증 책장을 넘길 때 마다
파란 신호등 켜지는 고금의 지혜
캄캄한 대낮
먼지바람 불어오는 도시에
물 흐르는 소리
초록 수목원 하나
파릇파릇 생명의 새싹
물주고 가다듬어
세상을 바로 걷게 해 준다는 깃빨처럼 펄럭이는 소식
서가에는 혈을 뚫는 압축된 시
기를 살리는 수필
방대한 지역을 놓치지 않는 소설같은 미소 건너온다
고장 난 부품들 진서(眞書)따라 조립하고
수리하는 한방 숲에 고통의 아우성 멀리
넓게 펼쳐진 하늘 서가에는 이념과 인술 흐르고
막힘 뚫고 꽂는 바늘과 쑥불
갇힘의 나를 느슨하게 풀어
시의 들꽃 아름다운 언덕으로 데리고 간다
빙그르 쉼을 마신 후 길 떠나는
이제는 편해진 발걸음
없는 듯 있는 보혜사
두껍게 덮고 있는 책장의 비늘을 거두어
한겹 두겹 굳은 결빙의 마음 마저에
피가 돌고 싱싱한 생기 솟는다
책속의 생명이랑 갈아엎는
저 커다란 치유의 손
회복의 기쁨 주는 은혜의 도서실
관람하고 섭렵할 일만 남아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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