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밥 통화 / 김영교
2010.02.24 04:00
쌈밥 통화
오늘은 <그 집*>의 쌈밥이다. 생일 친구는 쌈밥을 좋아한다.
있는 대로 입을 벌려 솜씨껏 싸서 먹는다. 친구끼리 흉 잡힐 이유 없어 편하게 입 벌린다.
상추에 쌈장을 바르고 이것저것 음식반찬을 둘둘 싸서 입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 바로<그 집>의 쌈밥맛이 난다.
생일 친구와 만나 즐기며 맛있게 먹은 쪽은 나. 그 때쯤 유리창 안으로 들어오는 환함이 내 가슴을 뚫기 시작한다. 감당 못하는 두꺼운 외투의 무게가 양어깨에 고여 있다. 이 나이에 잠 설치게 하는 밤이 무서워지고 있다.
집에 오는 길에 발길이 가고 있는 곳, 놀라서 돌아보니 성전 뜨락이다. 무릎 꿇고 마음 모으는 곳, 새벽마다 자리 잡는 곳, 낮에 찾아 와보니 실내는 더욱 고요 그리고 평안, 그곳에서 속상함도 억울함도 둘둘 말아 쌈밥의 쌈이 되는 내 안의 나를 발견하고 쌈밥 이름만큼 기쁘다.
하마터면 승산 없는 사람한테 할 번한 전화
오늘 오후 나는 하나님과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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