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앎에 대하여
2006.10.25 18:52
사뿐히 다가와
지열을 보듬으며
대지는 단풍 이불을 덮는 계절
이삭들 층층이 거느리고
새떼들 모아
들판의 허수아비는
볏단을 세워
해질 녘에도 병풍을 친다
마을의 나무는
볕을 저울질 하여
여름내 푸르게 써서 땅에게 내려 보내는
붉은 열애
불태우는 절정에
벗을 줄 안다
다 털어 버리는 그 때
혈관으로 흘러드는 하늘냄새
그제사 가을은
소리 없이 눕는다
몽땅 비움으로
세상을 이처럼 가득 채우는
그 복판에 그림자 하나
길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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