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바다 (크리스천 헤럴드)

2007.06.05 02:51

김영교 조회 수:401 추천:94

넓은 바다에 섬 하나 떠 있다 잠에서 깨어나 길게 뻗은 목부터 씻어내리는 바다의 세안 어깨를 들먹이며 눈꼽을 떼고 출렁출렁 이빨을 닦으면 섬은 떠돌던 해초들 데리고 덩달아 목욕한다 바람 높은 날이면 섬은 창문을 열고 깊숙이 하늘을 끌어들인다 진초록 옷을 갈아입는 바다 섬의 숲도 둘러싼 물빛도 피부와 내장까지도 초록 물이 든다 말과 생각까지도 높고 낮은 일상의 흔들림 너머 우렁찬 해조음 따라 바다 속에 내가 안기고 내 안에 바다가 들어와 다시 떠오르는 섬 바다가 없으면 섬은 섬이 아니다 펄펄 살아있는 자아를 소금물에 절이면서 숨쉬는 이 긍휼, 이제 내 뜻대로는 아무 것도 없고 물결 따라 엎드리는 나는 아버지 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 -크리스천 헤럴드 2007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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