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소고/문협2007겨울호

2007.10.23 10:26

김영교 조회 수:417 추천:76

꽃이 지나간 후 여름을 도난 당한 하늘 우울증에 내내 잎을 포기하였다 나무는 흔들어 대는 바람에 흔들리며 비웠다 지각이 두껍게 월동준비를 하는 동안 팔을 벌린 채 언젠가 부터 자주 눈 감는 버릇 못본 척 내려놓기만 하는 나무의 선택은 아무것도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스치는 세상나무 표정들 훌훌 벗고 생명을 위해 부러지지 않으려 휜 무릎 꿇는 새벽 안개 속 관계가 하늘 높이로 정돈 될 때 쯤 밀치면 밀리기도 덜 주면 덜 받기도 때리면 맞기도 억울타해서 스스로 뿌리 뽑아 옮겨 지지 않는 나무 자기 길을 가고 있었다 벗은 겨울나무 하나 그 등줄기에 사선으로 쏟아지는 햇빛 뿌리는 알면서 계절의 잉태를 침묵하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0 오늘 하루도/김영교 김영교 2007.09.13 413
409 산굼부리 김영교 2004.11.05 415
408 부토(腐土) 김영교 2006.01.19 415
407 단순한 앎에 대하여 김영교 2006.10.25 415
406 사모곡 김영교 2003.05.07 417
405 생가와 세병관을 돌아보았다 김영교 2006.05.26 417
404 춤/무대 위에서 김영교 2007.10.20 417
» 겨울나무 소고/문협2007겨울호 김영교 2007.10.23 417
402 만남의 깃발 김영교 2004.11.18 418
401 추신 김영교 2010.01.04 418
400 서울풍경-4 김영교 2010.10.28 420
399 자서전 쓰기 / 김영교 김영교 2011.08.24 420
398 기도정원 김영교 2003.09.03 421
397 소리의 옷 김영교 2007.02.07 421
396 김강석 김영교 2011.10.18 421
395 이 가을 예감은 / 김영교 김영교 2011.10.18 421
394 헐거운 옷을 입고 김영교 2013.09.15 421
393 서울풍경-3 김영교 2010.10.28 422
392 글쟁이와 숫자 김영교 2005.12.15 423
391 눈깔 사탕의 추억 김영교 2006.10.03 423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4
어제:
16
전체:
648,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