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풍경/중앙일보 6/16/2008
2007.11.23 05:57
병문안 세 곳
숨 가쁜 주말이었다
병실에 갇힌 훗날의 내 모습 어른거린다
남편을 간호하다 졸도한 친구는 응급실에
심장수술을 한 남편은 심장병동에
한 선배는 당뇨합병증으로 중환자실에
이 세상은
어차피 각종 질병의 중환자 병동
입원과 퇴원
원내(院内) 운영법규가 시행되는 동안도
뒤를 보거나 땀이 나거나
멀미까지도 위로받고 있는
대기 중의 외래환자 집합소가 아닌가
병원 뜨락엔 노랑물이 엽맥 속속들이 밴
또 한 겹의 목숨을 벗는 잎새들
요란한 세상 희락에 붙어있는 사람 이파리
나의 생이 발뒤꿈치에 달라붙는다
머슥머슥, 느글느글
냄새 탓인가, 표정 탓인가
어깨 위의 비듬 털듯
신발의 먼지도 무거웠던 오늘을
기도대야에 다 쏟으며
나를 빨래 짜는 산책을 나선다
공원호수 한 바퀴에 닿은 하늘자락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올린다
변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트이면서
있는 그대로 들어앉는 마음
찌꺼기 하나 없이 개이어 있는게 신가하다
기적이다
이제
꿈같은 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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