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비명/한국일보

2007.12.08 07:53

김영교 조회 수:491 추천:89

강화도 가는 갯벌에 제각기 성장한 의상을 입은 오리들이 평화롭다 사육장에 온 손님이 주인과 흥정을 하자 눈치 챈 오리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이미 제 정신이 아닌 필사의 질주, 그것은 춤이었다 삼사오오 흩어지다 서로의 날개쭉지 속에 긴 목을 묻는... 김영태(1936-2007) 가축이 가족이었던 좋은 세월이 있었다. 생명 앞에서 생명을 흥정하지 안았다. 언젠가 부터 돈벌이를 위해 집단사육의 관계에 놓인다. 오리들은 언제 자신들이 죽어가는 지를 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도망침을 춤으로 보는 시인의 눈은 슬픔을 뛰어 넘어 비범하다. 어찌할 수 없는 울안에서의 도망침 앞에서 '서로의 날개쭉지 속에 긴 목을'묻고 서로의 체온을 감지하면서 죽음을 맞는다. '오리들이 평화롭다'에서 평화와 살벌이 처절한 반복으로 예감된다.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에 숙연함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김영교(시인) 미주 한국일보에 내가 <이 아침의 시>를 담당하고 있을 때다. 미국독자들에게 <비명>을 소개한다고 하니 그는 좋아했다. 유럽을 건너방 드나들듯했으나 그는 미국을 여행하지 못했다. 그 때는 김영태 시인은 건강했다. 금년 봄 서울서 뵌 그의 모습은 너무 왜소해 보였다. 춤추던 오리떼처럼 시, 그림, 음악, 무용평 등 창작마당에서 춤추며 열정은 출판계를 흔들었고 떼지어 세상을 놀래키었다. 예술가의 초상 1,500점은 문예진흥원에 기증 역사적 보관관리가 보증되있다. 장사익의 추모가를 들으며 수목장으로 강화도 전등사에 묻힌 작은 거인, 6개월 투병한 그의 부음을 들은 게 2007년 7월 12일. 이제 그는 가고 그의 예술은 세상을 데피며 살아있다.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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