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어디다 두지요? / 김영교
2010.02.25 04:42
힘겨웠던 투병의 다섯달
바같 세상은 초록이 살찌는 찬란한 5월
자녀 하나 없는 외로운 내릿길
숨 한가닥 푹 꺼지면서 친구는 육신을 벗었다
아직도 가슴이 식지않았을 때 달려가
눈을 감겨주고 턱을 닫아주었다
먼 작별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와인에 취하고 허무에 취한 한 달
정신이 들어
유품 정리하는 친구남편
가진것이 너무 많아 혼란스런 남편
추리고 버려도 끝이없어
힘들어 진 남편
구름을 쫓아 지구를 몇 바퀴 돌고
한 때 가치를 두었던 크고 작은 흔적들의 집합
박물관 저택에서 밀어 내고 있었다
집 밖으로,기억 밖으로
와인잔 가득
마신 것은 눈물이었다, 고독이었다
밤이 이슥 해서
걸려온 전화 한통에 담긴 머뭇거림
"있는데 없어요
있는 걸 아는데 못 찾겠어요..."
수화기를 내려놓는 손에
매달리던 목소리
"여자들은 현찰을 어디에 두지요?"
오늘 밤
그의 건재를 확인한
나는
그리움의 낭떨어지에서 추락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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