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 더불어 사는 나무 / 김영교
2008.04.29 04:51
더불어 사는 나무 / 김영교
산행을 하다 숲에 들어가면 문득 사람이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햇빛을 나누느라 나무는 곧게 자란다
나무끼리 이웃이 되어 산 크기로 높아지면
하늘과 친하고
낮아지면 마을과 친하고
어두워지면 산새와 들새의 집이 된다
사람 숲에서는 사람이 심겨 질 자리를 스스로 선택하는 점과
덕목일수록 그 그늘이 강화도 까지 뻗지만
몇 번의 봄이 와도 한번 죽으면 다시 잎이 돋지 않는 게 다르다
나무사이에 서면 나는 부끄럽다
혼자 햇볕도 독차지 하려했고
잎만 내세워 남의 눈에 뜨이기를 좋아했다
흔들리어 주면 되는 걸 바람에 꺾일까 빳빳하게 걱정 많은 나무였다
숲에 들어가 보면
나무, 그 사이 길, 그 길 옆 낮은 들꽃 그리고 어우러진 바위, 물소리 새소리
이제 작은 내가 보인다
남의 눈에 안 보이는 잎의 배면
광합성의 기공을 엽맥 끝에 매달고
믿음의 가지에 실하게 붙어
동쪽도 북쪽도 빈 공간이 있으면
그리로 뻗기를 자원하는 나무이고 싶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0 | 아버지 날에 / 김영교 | 김영교 | 2011.06.20 | 468 |
309 | 옆에서 | 김영교 | 2004.10.26 | 469 |
308 | 손 바닥 강물 | 김영교 | 2003.05.27 | 471 |
307 | 사막의 초승달 | 김영교 | 2003.03.11 | 473 |
306 | 어떤 약속 | 김영교 | 2005.12.24 | 473 |
» | 시 산문 - 더불어 사는 나무 / 김영교 | 김영교 | 2008.04.29 | 473 |
304 | 강 한복판에서/중앙일보 | 김영교 | 2009.01.19 | 473 |
303 | 솔잎 물방울 | 김영교 | 2003.06.20 | 474 |
302 | 사진 2장 | 김영교 | 2003.12.05 | 474 |
301 | 기도산행 | 김영교 | 2006.05.11 | 474 |
300 | 2월에는 김영교 | 김영교 | 2010.02.04 | 475 |
299 | 꿈 / 김영교 | 김영교 | 2009.02.14 | 475 |
298 | 생일이 배낭매고/김영교 | 김영교 | 2007.11.17 | 475 |
297 | 작은 그릇 | 김영교 | 2003.03.14 | 479 |
296 | 쌈밥 | 김영교 | 2004.12.09 | 480 |
295 | 도시락 - 김영교 | 김영교 | 2007.11.14 | 480 |
294 | 냄새 /김영교 | 김영교 | 2010.03.12 | 480 |
293 | 당신의 두손에 / 김영교 | 김영교 | 2010.12.22 | 481 |
292 | 유산의 길목 | 김영교 | 2011.02.03 | 481 |
291 | 생일 | 김영교 | 2011.04.13 | 4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