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한복판에서/중앙일보
2009.01.19 17:19
강 한복판에서
김영교
바닥이 그토록 보고 싶어
살점을 말리면서 흘러 보내는 마음
셀 수도 없는 창자 속 돌멩이들의 젖은 옷을 벗기면서
야위어 가는 강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을 더듬어
구석을 따라 낮게 흐르는 물살
그 한가운데 돌출된
작은 돌바위 하나에 걸터앉아
하늘을 이고
산을 마주하니
수런수런 흘러오는 물소리
음악이 되어
높은 굴뚝에 익숙한 가슴을 깨운다
발 담그고 손 씻는다
들여 마시는 맑은 정기(精氣)
찡 하며 아무는 숫한 생채기들
깨끗하게 씻겨 내리는 얼룩들
내 살찐 탐욕과 걱정 꾸러미
나이의 강 한 복판에 던져진다
세월의 끝자락에서도
바닥을 볼 수 없던 나의 강
바람이 털고 흔들어
비워 더 가득함으로
함께 힘차게 흘러간다.
중앙일보 2009년 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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