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주는 손 / 영락
2009.02.04 12:47
잡아 주는 손
우리 인간은
눈이 있어도 잘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잘 듣지 못하는 어린아이입니다.
교통이 복잡한 네거리에서만
아이는 잡아줄 손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하고많은 삶의 길거리엔 가로등이 없어 위태로웠습니다.
저는 가로등도 필요하고 손도 필요한 아이였습니다.
광야에서 밤을 만나고 방향을 몰라 헤매일 때
허기지고 추워 떨 때
기댈 등이 필요했고 체온이 필요했습니다.
놀랍게도 예측하지 못한 암이란 광야를 만났습니다.
그것도 두번 씩이나.
외롬의 허허벌판, 고통의 광야에서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워 줄,
다가와 먼지 털며 등 다둑여 주는 손,
희망의 두 손은
시린 목을 데펴주는 목도리가 되었습니다.
내 딛는 발걸음에 힘이 실어지고
세상은 환하게 반겨줍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나도 내밀어 잡아주는 손이 되고픈 소망 하나 품고
이렇게 기다림에 있습니다.
2009 /1/영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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