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김영교
2009.02.13 02:42
기도와 김치, 국 밑반찬을 앞세워
우정을 키우는 이웃 친구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고즈녁한 밤 빗소리에도 젖어
사계절 내내
말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뒤 정원 꽃밭 친구들
새 싹이 돋고 아름다운 꽃들이
연초록 봄을 노래하면
바빠지는 두 손
부주의한 나의 삽질에 토막 처진 꿈틀 지렁이
서늘한 나의 죄의식 건너
암수 복원되는 귀한 생리, 다행이다
질척한 지하는 온통 그의 왕국
국경도 비자도 없는 왕래
외출하면 대기는 전신을 건조시켜 위험
하기사
이빨도 손톱도 뻥 찰 수 있는 발도 없다
적군 앞에 날개가 있어 도망 날 수는 더더욱 없다
자신을 방어 할 독침 하나 없는 비폭력의 대가
낚시 먹이가 되거나 개미군단의 밥
공격할 줄 모르고
안단테 모데라토 리듬으로
소리 없이 흙을 쑤셔 먹고 토해내며 납짝 기는 생
그 흔적 뒤에
박토는 옥토, 우주의 초록이 한층 푸르다
지구의 미래을 책임진 평화주의자
온 몸은 꿈틀 하나로 말하는 방랑자
비 온후 외계 시멘트 바닥을 기다가
길 잃어
체액이 말라 오그라든 그를
나는 젓가락으로 집어 땅속으로 조심스레 안내했다
기적
문득 병상에서 투병하던 나를 안내한 목수 청년
보이지 않는 젓가락으로 그는 나를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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