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보존의 길 / 미주문학 여름호09

2009.02.14 12:44

김영교 조회 수:552 추천:112

명품 보존의 길 / 김영교 여름도 가고 낙엽도 지고 병상의 내 곁 화병에 새해가 왔다 아, 여전한 저 햇볕 어머니 품 나를 붙잡고 놀아준다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가 자동차 백미러 가득 눈부신 해 등지고 가는 병원길 햇볕이 차단된 회색건물 내 사면이 너무 하얗다 기계도 희다. 시트도 희다. 간호사의 표정도 희다. 불을 끄면 먼 의식을 달려오는 하이얀 속도 UFO* 출동은 체온을 흔들어 광선 투여 실행 긴장을 팽팽 잡아당기면 어쩔 수 없이 납작 누워 기계의 일부가 된다 쏘인 것은 암세포보다 바로 나의 두려움 이 깨달음은 김처럼 얇고 캄캄한 명품 보존의 길 나 홀로, 마주서서 나의 몫, 대리인은 어디에도 없다 돌아갈 때는 방금 병원에 맡겨놓고 온 유방 같은 둥근 해를 안고 가로수 무성해질 길을 달린다 *유방암 방사선 미주문학 2009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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