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고 살고파라 / 김영교
2010.03.09 09:24
어떤 친구
오른 팔 다쳐
왼팔로 식당 경영하는 친구시인
하나 남은 왼팔, 고마워하는 친구시인을
매일 새벽이면 만나주는 멕도날드씨
독대의 2시간, 왼손으로 시 쓰는 모습 보며
나머지 하루를 온 몸으로 시 쓰라고 등 떠민다
시를 되씹고 비뚤어진 세상을 곧게 씹다가
덜컥거리는 이빨
치통을 겪지만
사람냄새 나는 시인다운 시인
그가 곁에 있어 나는 행복하다
남아있는 왼팔을 막내딸처럼 사랑하며
없는 것 불평 않고 있는 것 고마워 하는
그 마음 엿보아
가슴은 물밀듯 나를 글썽이게 한다
우울증 환자 집안에 두고
불경기의 식당
어깨가 무겁고 가슴 답답한 사람
어찌 친구 혼자 뿐일까
그가 살아가는 힘
대나무 밭의 바람
아! 시통(詩痛)임에야...
친구여, 세월을 오가는 시어들을 엮어 시집을 짓자
폭우 쏟아지는 늦은 밤, 우리 영혼 쉬었다 가는 시집을 짓자
투명한 사고의 유리창이 달린 집, 따뜻한 아랫목 시어로 집을 짓자
바닥은 그리움으로 깔고 밟을 때 마다 음악이 울려
생명을 깨우는 시집, 읊는 노래마다
지붕 날개가 되어 날아오르는 시집을 짓자, 친구여
우리는 언어의 집을 짓는 문학의 길 친구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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