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 김영교

2010.03.16 23:52

김영교 조회 수:546 추천:111

마당에 빗자루 하나 서있다

새벽마다 '고백'에 내려놓는 빗질 한 번

'반성'에 아뢰는 빗질 두 번 

'간구'에 읊조리는 빗질 세 번 

'통회'에 속을 토해내는 빗질 일곱 번 


마당 쓸기 끝낼 무렵 

호흡이 산이나 계곡 지나 평지 같음이여 

변화 없는 언행의 제 자리 걸음 

더욱 굳은 고정관념이 밟고 넓혀지지 않는 편견의 시각이

들 쑤셔 삶의 마당은 여전히 더럽고 어지러워 


하루의 첫 시간을 낭비한 빗질이 헛수고로 남아 

가슴을 쥐어뜯는 안타까움 

참회의 통로에 엎드린 여린 마음 

있는 힘과 진을 쏟아 독대를 울부짖는다 


등줄기에 진땀이 흐른다, 밀려오는 눈물을 타고 

'생떼'가 아닌 받은 것에 목 메이는 '감사'

드디어 나를 고꾸라뜨린다 


당신의 뜻에 합당한 빗질 

드디어 온전한 순종이 왕래의 길을 터 

기적처럼 비 내리는 성령 

기쁨이 줄서는 메타노이아 

180도 방향 바꾸기 


햇빛가득 보드라운 마당은 이미 어제의 뜨락이 아니다 

죄의 검부러기 날아 들어오면 

허리 굽힌 빗자루 또 쓸고 털어낸다 

꼭꼭 밟아주기를 기다리는 뜨락 


“주여, 어서 오소서” 

마당 한 복판에서 빗자루가 허리 굽혀 아주 반가운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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