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설부

2010.12.10 13:47

김영교 조회 수:553 추천:189

초설부(初雪賦) / 김영교

12월 8일은 첫눈이 시가지를 덮은 날
그 경치를 창밖으로 내다보며
역시 겨울은 눈이 있어야
군밤과 찰옥수수 찹살떡-
겨울 맛을 내는데는 역시 함박눈이 제격이란 말입니다.

바다건너 4계절이 없는 먼 이국
눈없는 12월이 여러 수십번 다녀가면서
말구유의 아기는 잘 자라는 성탄 카드속의 눈사람

금새 녹아 강물에 흘러가는 눈꽃송이
우리가 생각하는 곳보다 낮은 곳으로 나리는 눈

바라보는 것이 성에 안 차 거리를 나섰습니다.

강은 낮은 곳에 있었습니다.
길거리 행인들의 구둣발은 눈을 밟고
슬픈 구둣발은 슬픈 걸음으로
기쁜 구둣발은 기쁜 걸음으로

나의 구둣발은 감사의 발걸음이었습니다.

눈의 순결에 감추어진 추억의 살점을 더듬어보면
아픔 다음에 반짝이는 회복의 개인 날
그 눈부신 날들은 선물이었습니다.
은총이었습니다.

밟힌 눈은
발에 채인 눈은
내게도 있었던 불운의 젊은 날들이 었습니다
아픔을 툴툴 털어내고 흔적없이 일어난 씩씩한 과목
그 과정은 아름다움이였습니다.

조용한 바람결에
초조할 것 없는 오라버니 같은 당신이 있는
서울의 겨울이 그래서 무척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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