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탠 탠 (Suntan 10) / 김영교
2011.06.29 01:13
창 밖 햇살이 집안을 기웃댄다
겨울을 건너온 눅눅한 이부자리
밖으로 끌려나오자 마자
네 귀퉁이 냅다 멱살 잡혀
진드기도 함께 잡혀
홀라당 알몸 된다
널찍하게 대낮을 누비는 하늘 눈썹아래
늘어진 몸통
느슨하게 오리털 사이사이 볕 침
공기 꽃구름 푹신푹신 받아 챙긴다
책 우거진 서가에 꽂히는 사선의 볕 한줌
시집(詩集)이 목을 빼고 기다리는
썬탠 순간
안경 아래 활자는 처녀성을 바친다
벽장 안에 해묵은 원고 뭉치들
사모하던 대기와 열애
골동(骨董) 먼지도 상기되는 쾌청의 날
오늘 밤 썬탠 이불 덮고
꿈도 시도 속 창자 머리통 까지
날이 새도록
잠이 출렁대는 해변에서
나누는 뜨거운 정사
간접 썬탠 10*
* 가장 좋은 그레이드 점수
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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