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말을 한다
2012.01.24 12:34
나무가 말을 한다 - 김영교
햇빛 뭉텅 나누는 나무를 눈부시게 바라본 일이 있다
키 작은 옆 수풀에 큰 키가 죄스러워 구부린다
바람은 그런 나무의 연인이고 싶어 머리 풀어 헤치며 유혹한다
잎을 다 주고도 더 없이 넉넉한 나무는 여러 번의 목숨을 살아 정말 부러울 게 없다
낮아 저 만큼 높이 휘면서 꺾이지 않는 유연의 힘
잔뿌리는 치밀한 지하 넽트 웤을 열고
밖의 것, 남의 것, 자기 것 지키는 나무
그 그늘에서 할 말이 없는 사람들
땅에서 하늘까지 더듬어 뻗고 흔들리면서 다 듣는 직립의 모든 나무
누워서 잠 못드는 나무의 후손들이여
울창이 소통인 걸 새들은 알고있다
도시의 소음 신발 훌렁 벗고
나무 심장 찾으러 나는 숲에 간다
맑은 바람에 행궈진 햇볕에 혀를 푸는 나무
드디어 나무가 말을 한다
무릎 꿇고 경청할 때
드디어 개이는 나의 고질 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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