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 기쁨 2

2005.05.15 21:46

김영교 조회 수:231

이성선의 '소포'(이아침의 시 6/23)[-g-alstjstkfkd-j-]가을날 아름다운 햇살아래
노란 들국화 몇송이
한지에 정성들여 싸서
비밀히 당신에게 보내드립니다

그러나
이것을 당신에게 드리는 정작의 이유는
당신만이 이 향기를
간직하게 가장 알맞는 까닭입니다
한지같이 맑은 당신 영혼만이
꽃을 감싸고 눈물처럼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추워지고 세상의 꽃이 다 지면
당신 찾아가겠습니다

이성선(1941-2002) '소포' 중

설악을 온몸으로 끌어 안고
인간의 심연을 다독이며 시속에 살기 위해
설악으로 떠나버린 시인,
가을날 산계곡 아름다운 햇살 가득,
이름없는 들풀 옆에
전 우주가 참여하여 피운 들국화 몇 송이,
이 소중한 소포를 여러분께 보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받을 자격이 있는지요?
한지처럼 꽃을 감싸고 눈물처럼
맑은 영혼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꽃이 다 진 다음 추운 세상을 향해
열어 줄 따뜻한 가슴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만드는 시입니다.


새벽 세시는 되었을까
술이 지나쳐
방구석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자다가
깨어 마당에 나가
참지 못해 내갈기는 오줌발


그런 내 앞에
질펀하게 깔린 동해 바다 쪽으로
하늘에서 궁둥이를 내려까고
늦은 달아, 너는 지금
무얼하고 있느냐.


너도 술이 덜 깨어
얼굴 붉게 상기된 채
바다 가까이 내려앉아
부끄러움도 잊고
오줌 누고 있구나.


낙산사 바다엔
너와 나의 거름 보시로
붉게 피어난 홍련꽃 ―《거름 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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