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 1 / 김영교

2003.03.11 18:22

徙義 조회 수:170 추천:16


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 1 / 김영교



이른 아침
어두움을
막 헹구어 낸
빈 손 바닥에
하루를 올려놓고 기울인다

바다가 쏠리는 손짓에
시린 목마름은 서서히 가시고
적요(寂寥)의 찻잔 벽을 휘돌아 김 솟는
평온함

끝내 감당치 못하여
고개 떨구고 내려다 본
수면 위에 뜨는 우주 크기의
침묵

헌신의 작은 몸부림
한 모금 들어 와
하루를 열고
두 모금 들어와
눈을 열고
다 비우고 나면
하늘이 열리는
이 기막힌 떨리움
그 안에 그만 내가 잠긴다

아침에 마시는 차는
빛 한 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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