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 / 김영교

2003.05.18 07:46

양영은 조회 수:127 추천:16


background="http://www.uusan.com/ez2003/system/db/free/upload/1084/1052270549/2.jpg">


              direction=up scrollamount=1.5>



              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 * 1



              이른 아침
              어두움을 막 헹구어 낸
              빈손 바닥에
              하루를 올려놓고 기울인다

              바다가 쏠리는 손짓에
              시린 목마름은 서서히 가시고
              적요의 찻잔 벽을 휘돌아 김 솟는
              평온함

              끝내 감당치 못하여
              고개 떨구고 내려다 본
              수면 위에 뜨는 우주 크기의
              침묵

              헌신의 작은 몸부림
              한 모금 들어와 하루를 열고
              두 모금 들어와 눈을 열고

              다 비우고 나면
              하늘이 열리는
              이 기막힌 떨리움
              그 안에 그만 내가 잠긴다

              아침에 마시는 차는
              빛 한 움큼.




              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 * 2

              밤새 씻고 씻은 손으로
              기다림의 잔
              정성스레 받쳐들고
              천천히 기울인다

              햇볕과 바람과
              이슬과 흙 내음
              가진 것
              모든 향기 마실 때
              뿌옇던 안개 걷히고
              잔잔히 번지는 이완의 물줄기

              내속의 메마른 골짜기
              구석구석 스며들어
              가로막힌 산을 뚫고
              황량한 들판
              먼 마을까지 적신다

              아픔의 비등 점이
              통과한다.

              - 시 / 김영교-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7
어제:
28
전체:
648,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