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 / 김영교
2003.05.1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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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 * 1
이른 아침
어두움을 막 헹구어 낸
빈손 바닥에
하루를 올려놓고 기울인다
바다가 쏠리는 손짓에
시린 목마름은 서서히 가시고
적요의 찻잔 벽을 휘돌아 김 솟는
평온함
끝내 감당치 못하여
고개 떨구고 내려다 본
수면 위에 뜨는 우주 크기의
침묵
헌신의 작은 몸부림
한 모금 들어와 하루를 열고
두 모금 들어와 눈을 열고
다 비우고 나면
하늘이 열리는
이 기막힌 떨리움
그 안에 그만 내가 잠긴다
아침에 마시는 차는
빛 한 움큼.
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 * 2
밤새 씻고 씻은 손으로
기다림의 잔
정성스레 받쳐들고
천천히 기울인다
햇볕과 바람과
이슬과 흙 내음
가진 것
모든 향기 마실 때
뿌옇던 안개 걷히고
잔잔히 번지는 이완의 물줄기
내속의 메마른 골짜기
구석구석 스며들어
가로막힌 산을 뚫고
황량한 들판
먼 마을까지 적신다
아픔의 비등 점이
통과한다.
- 시 / 김영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