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고정희

2003.08.24 10:26

joanne 조회 수:109 추천:6


























“객 지 ”






- 고 정 희 -







어머님과 호박국이 그리운 날이면

버릇처럼 한 선배님을 찾아가곤 했었지.




기름기 없고 푸석한 내 몰골이

그 집의 유리창에 어른대고 했는데,

예쁘지 못한 나는

이쁘게 단장된 그분의 방에 앉아

거실과 부엌과 이층과 대문 쪽으로

분주하게 오가는 그분의 옆얼굴을 훔쳐보거나

가끔 복도에 낭낭하게 울리는

그 가족들의 윤기 흐르는 웃음 소리,

유독 굳건한 혈연으로 뭉쳐진 듯한

그 가족들의 아름다움에 밀려

초라하게 풀이 죽곤 했는데,




그분이 배려해 준

영양분 가득한 밥상을 대하면서

속으로 가만가만 젖곤 했는데,

파출부도 돌아간 후에

그 집의 대문을 꽝, 닫고 언덕을 내려올 땐

이유 없이 쏟아지던 눈물.




혼자서 건너는 융융한 삼십대.












♩ G선상의 아리아(Cello 6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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