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2003.12.13 14:25

고부11 조회 수:76 추천:2

[홍승표님께서 남긴 내용]

















할미꽃에 얽힌 두 이야기



할미꽃(Pulsatilla cernua var. koreana)은 미나리아재비과로 전국의 둑, 묘지 등 산과 들 척박한 곳에 잘 자라 4∼5월에 피는 꽃이다. 약용 식물이기도 한 할미꽃은 요즘에는 관상용으로 많이 기르는 데 한 가지 전설과 또 하나의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목포 특정 자생식물원 안에 핀 <할미꽃1>



1. 두 손녀를 기른 할미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할머니가 두 손녀를 키우며 살았다. 큰 애는 얼굴이나 자태는 예뻤지만 마음씨가 아주 고약했고, 둘째는 얼굴은 못 생겼지만 마음씨는 비단결처럼 고왔다.


어느덧 두 손녀는 혼인할 나이가 되었다. 얼굴 예쁜 큰 손녀는 가까운 이웃 마을 부잣집으로 시집을 갔고, 얼굴 못 생긴 둘째 손녀는 고개 너머 아주 가난한 산지기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둘째 손녀는 먼데로 시집을 가게 되자 홀로 남게 된 할머니를 모시고 가겠다고 했으나, 큰 손녀가 남의 눈도 있으니 가까이 사는 자신이 돌보겠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집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손녀는 홀로 계신 할머니를 소홀히 대하게 되었다.


마침내 할머니는 끼니조차 이을 수 없는 형편이 되었는데도 가까이 살고 있는 큰 손녀는 모른 체 지냈다. 할머니는 마음씨 고운 둘째 손녀가 그리웠다. 그래서 둘째 손녀를 찾아 산 너머 마을을 향해 길을 떠났다. 하지만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할머니가 어떻게 그 높은 고개를 넘어 갈 수 있었으랴.


가파른 산길을 오르던 할머니는 기진맥진하여 둘째 손녀가 살고 있는 마을이 가물가물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에서 쓰러졌다. 그러고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둘째 손녀는 허겁지겁 달려와서 부둥켜 안고 통곡했다. 손녀는 시집의 뒷동산 양지바른 곳에 할머니를 묻고 늘 바라보며 슬퍼했다.


이듬해 봄이 되자 할머니 무덤에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피어났다. 그 풀은 할머니의 허리 같이 땅으로 굽은 꽃을 피웠다. 둘째는 이 때부터 할머니가 죽어 꽃이 되었다고 믿고 이 꽃을 할미꽃이라 불렀다.








▲목포 특정 자생식물원 안에 핀
<할미꽃2>




2. "다음날 아침까지 보쌈을 하겠다"는 신호로 전한 꽃 말



200여 년 전 금슬 좋기로 소문난 신혼 부부가 살았다. 어느 날 도끼 하나 달랑 갖고 나무하러 간 젊은 지아비가 깊은 산골에서 길을 잃었는지 호랑이에게 물려 갔는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흑! 흑! 흑!" 몇 날 몇 일을 날밤을 지새며 울어대 보았자 끝내 남편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 잘 해줬던 신랑인지라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렇다고 한 참 신혼을 즐기던 때 갑자기 자신 곁을 떠난 지아비를 탓하지도 않았다. 얼마를 울었을까? 이를 악물고 낮엔 날품을 팔고 짬을 내 나무를 하며 열심히 살았다.


얼마 지나자 외롭고 잠자리가 허전해지는 건 둘째 치고 캄캄한 밤에 무서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미망인은 지조를 지키기로 자신과 철썩 같이 다짐을 했던 터라 의지로 버텨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슥한 밤 소피를 누기 위해 요강을 찾았으나 방과 마루에도 없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며 이상하다 싶어 우물 근처에 가보니 요강이 있었다. 아까 오랜만에 한 번 씻어두고 곤한 나머지 그냥 들어온 것이었다. 일을 보고 신발을 막 벗으려고 하는 순간, 이쁜 꽃신에 어여쁜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그걸 방으로 가져와 어둠 속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무슨 일일까 하며 곰곰 생각하며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일어난 여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집이 아니었다. 밤 사이 자신이 보쌈을 당해 왔던 것이다. 그렇게 보쌈을 당한 여인은 3년여 지킨 정조는 온데간데 없이 그걸로 끝이었고 새 삶을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src="http://www.ohmynews.com/down/images/1/kgh17_93326_58[3].jpg">



목포 특정 자생식물원 안에 핀 <할미꽃3>




두 번째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일 수 있다. 어디까지나 들은 것을 정리한 것이므로. 하지만 꽃말이 '슬픈 추억', '슬픔'이기도 한 할미꽃은 민간에서 '내 오늘 밤 당신을 꼭 보쌈 할 꺼구만!'이라는 꽃말도 있다.


할미꽃은 이른 봄 다른 풀잎이 아직 누렇게 죽어 있는 풀밭 사이에 피어 봄 소식을 전해 준다. 건조하고 척박한 산의 양지쪽, 남향 둑이나 묘지 등에서 볼 수 있다. 꽃잎이 6장이고 꽃잎 안쪽을 제외한 모든 곳에 흰털이 많이 나 있다.


한 꽃대에 한 송이씩 검은 자주색 꽃이 땅 쪽을 향하며 흰 털을 잔뜩 뒤집어 쓴 꽃대와 잎이 땅 속에서 나와 꽃이 한쪽으로 구부러진 채 피어 할미라고 불리는가? 하지만 할미꽃이라 불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할미꽃 날개 씨 모양 때문이다. 4∼5월 경 꽃이 핀 후 꽃 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암술 날개가 하얗게 부풀어져 마치 백발 노인이 듬성듬성한 머리칼을 풀어헤친 모양이다. 그래서 할미꽃을 '백두옹(白頭翁)'이라 하기도 한다








▲할미꽃 암술 날개...5월 쯤 볼 수 있다




진통. 지혈. 소염. 건위 등에 다른 약재와 함께 쓰이며, 할미꽃 뿌리는 독성이 강해 시골 농가에서 재래식 변기 속에 넣어 여름철 벌레가 생기는 것을 예방했다. 고향 생각 나게 해주는 할미꽃은 우리 마음 속에 항상 있다.


요즘에는 자생식물원이나 관상용으로 가정에서 많이 심는다. 건조해도 잘 자라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으나 햇빛과 뿌리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 햇빛을 충분히 받게 해 주어야 하고 뿌리를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 무덤가에 많이 피는 이유는 석회질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하니 참고할 만하다.


양재동이든 과천 꽃 시장이든 자생식물을 취급하는 매장에 가면 지금 막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한 분 한 개를 3,0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할미꽃을 베란다 쪽에 놓고 들여다보는 것도 퍽 재미 있을 것 같다. 보기만 해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목포 특정 자생식물원 안에 핀 <할미꽃4>



































▲할미꽃 포토 : 출처-http://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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