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2007.09.19 04:45

이윤홍 조회 수:97 추천:15


누님,



록키산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물에서는 왜 꽃냄새가 나는지 아시는지요.
14,285 피트의 산을 올라갔지요.
지친 그림자는, 이제는 편하게 드러누어 몸의 절반은 이미 흙이
되어버린 목불옆에 놔두고, 몸만 올라 갔지요. 계곡에서 합쳐지는
몆 가닥 물줄기중 하나를 따라 올라갔지요. 산아래로 내려서는 여름의  굽은 등이 양지바른 산비탈 껴안은 천녀묵은 봉분처럼 삭아 내릴 때 물소리인양 깊은 숲 돌아 나오는 가을을 보았습니다.
물줄기 따라 올라가는 길은 왜그리 험한지요. 물 길과 사람길이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을 그제야 깨달았지요.
가파른 산등성을 오르는 바람의 허리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몆시간을 올라가 마침내 물의 근원을 찾아냈어요.
그곳에 다다르는 순간  벌판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산꽃들이 온통 뒤덮힌, 가을 꽃 벌판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순간, 숨이 탁- 막히더군요. 나는 그자리에 서서 사방을 둘러 보았지요. 모두가 꽃이였어요. 그 한가운데 어디선가 스며나오는 물이 한 곳에서 물줄기를 이루며 산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고 있었어요.
나는 맨발로 꽃 벌판으로 들어섰습니다. 감히 신발을 신고 꽃들을 밟을 수는 없었어요. 맨발이라면, 내가 꽃들의 머리를 밟아도 꽃들이 나를 받아주리라 생각했던 거지요. 벌판은 온통 물기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어느 곳은 발목까지 빠져 들었지만 사방을 돌아다녀도 물이 솟아나는 곳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어요. 나는 다시 들판 한 가운데 서서 들판을 바라 보았습니다. 내가 지나온 자리의 꽃들이 물속에 머리를 숙이고 있었어요. 어떤 것은 허리가 꺽이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그만 꽃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얼른 꽃들판을 나와 버렸습니다.
마즌편 산 봉우리엔 아직도 한 점 눈이 남아 있었는데요,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면  흰 바위같기도 한데요,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순간 문득, 산 등성이에 꼬-옥- 그 눈 크기만하게 구멍이 뚫려서 산 마즌편 하늘이 들여다 보이고 그 구멍사이로 구름이 흘러가는 것이 보이지요. 어떤 때는 그 속에서 물소리도 들리지요.
앞산 봉우리 넘어서는 해따라 어슬렁 어슬렁 그곳을 떠나와 한 언덕위에 서서, 문득 다시 꽃들판을 바라보았을 때, 아, 나는, 산골짜기를 흐르는 물의 시원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환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흰 눈 속으로 흘러가는 물그림자가 아니었습니다.
누님,
꽃들이, 산 정상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꽃들이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저 꽃들이 흘리는 꽃 눈물이 바로 록키 산 골짜기를 흐르는 물의 시원이 되고 있었어요.
그 때서야 나는 록키산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물에서는 꽃 냄새가 나는 이유를 깨달았던 것이지요.
누님,
저 깊은 산 골짜기를 흐르는 물의 시원을 온 몸으로 숨기고 있는 꽃들은 보는이도 없는데 왜 꽃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까요?

어제 박주동 선생님한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할수만 있다면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싶은데 모르겠습니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매일 하루종일 책하고 같이 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연락받으면 다시 곧 글 드리겠습니다.
이윤홍.

아참, 그리고 이메일 주소는 " bruhong@gmail.com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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