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2007.10.14 07:31

김영교 조회 수:140 추천:21

노벨문학상 20세기 이데올로기 넘나든 ‘시대의 반역자’ 도리스 레싱 작품세계 노벨문학상 발표가 임박하면서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정작 그 영광은 영국의 여성작가 도리스 레싱(88)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레싱 역시 ‘20세기 영어로 소설을 쓰도록 선택받은 가장 흥미진진한 지성인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아온 영국문학의 중심 인물로 노벨문학상 후보군에 올라있던 작가여서 예상을 영 빗나간 것은 아니다. 영국 문단으로서는 2005년 해롤드 핀터의 수상에 이은 2년 만의 개가다. 노벨문학상 107년의 역사상 최고령이며 여성작가로는 11번째다. 런던 북부의 자택에서 수상소식을 접한 레싱은 “(포커게임에서) 로열 플러시 패를 쥐고 있는 기분”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레싱은 노벨문학상을 발표하는 줄도 모르고 집 밖 상점에 잠깐 나갔다가 뒤늦게 소식을 전해듣고 “30년간 후보에 올랐다. 유럽의 모든 상들을 다 받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레싱을 “회의와 통찰력으로 분열된 문명을 응시한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그린 서사시인”이라고 평가했다. 또 1962년 발표된 ‘황금노트북’을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으면서 “막 싹트는 페미니스트 운동을 선구적인 활동으로 평가하고, 남성과 여성간의 관계를 20세기의 시각으로 조망한 책”이라고 밝혔다. ‘어두워지기 전의 여름’(1973년), ‘다섯째 아이’(1988년), ‘폭력의 아이들’ 연작(1952~69년)도 주요 작품으로 꼽았다. 레싱은 1950년대 전후 현실에 대한 분노와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을 문학적으로 표현했던 ‘앵그리 영 맨’의 대표작가이자 페미니즘 문학의 기수로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레싱의 작품세계는 페미니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식민주의와 인종차별, 생명과학, 신비주의 등 20세기의 거의 모든 문제를 망라한다. 1950년 발표한 소설 ‘풀잎은 노래한다’에서 2007년작 ‘틈’에 이르기까지 57년간 발표된 그의 작품들은 장르와 사건, 주제가 다양하며 마르크시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20세기의 이데올로기를 거의 섭렵하고 있다. 기법적으로도 자연주의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모더니즘 수법을 오가면서 우화, 설화, 로망스, 공상과학소설 등을 써냈다. 그래서 여성작가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선이 굵은 남성적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녀는 항상 주류에서 벗어난 ‘시대의 반역자’를 자처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 유럽이 아닌 아시아, 아프리카였으며 14살 이후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성장 배경 자체가 기성의 가치와 제도, 체제, 이념에 대한 철저한 비판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한때 사회주의에 경도됐다가 전후의 행태에 염증을 느껴 1956년 결별했으며 자신을 페미니즘 작가라고 부르는 데 대해서도 반감을 갖고 있다. 남아프리카에 대한 지속적 비판 때문에 1956년부터 95년까지 남아공 입국이 금지됐다. 레싱이 1950년 발표한 ‘풀잎은 노래한다’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로디지아를 지배한 백인식민주의자와 원주민의 갈등을 사회적·정치적 입장에서 묘사했다. ‘마사 퀘스트’를 시작으로 17년간 발표된 5부작 ‘폭력의 아이들’은 한 여성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으로 ‘황금노트북’과 더불어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으로 꼽힌다. 레싱은 1960년대 후반 이후 이슬람 신비주의에 기반한 ‘카노푸스’ 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공상과학 소설을 썼으나 평론가들의 관심에서는 벗어나 있다. 1980년대 이후 인기가 서서히 시들해지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빼고 작품으로만 평가를 받아보겠다며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1919년 페르시아(지금의 이란)에서 영국인 부모 아래 태어나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부 로데지아(지금의 짐바브웨)에서 성장했다. 열세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이후 남부 아프리카의 다른 여성 작가들처럼 독학으로 공부했다.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레싱은 훗날 그래서 자신이 작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열다섯이 되면서 집을 떠나 타이피스트, 전화 교환원 등으로 일했다. 두 번의 이혼 뒤, 1949년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1950년 첫 장편 『풀잎은 노래한다』를 시작으로 5부작 『폭력의 아이들』(1952-1969), 『황금 노트북』(1962), 『생존자의 회고록』(1974), 『다섯째 아이』(1988), 『가장 달콤한 꿈』(2002) 등을 출간했으며, 단편집과 희곡, 시집, 자서전도 출간했다. 레싱의 작품 세계는 페미니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인종 차별, 생명과학, 신비주의 등 20세기의 갖가지 정치, 사회, 문화, 종교, 사상 문제를 포괄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에 자주 언급될 정도로 영국 문학계의 중심에 서 있는 작가이며, 서머싯 몸 상(1956), 메디치 상(1976), 유럽 문학상(1982), 아스투리아스 왕세자 상(2001)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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